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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the Party
장혜진
1994

by 위수지

2013.01.01

많은 이들로부터 장혜진 최고의 앨범이라는 평을 받는 이 앨범은 멜로디 면에서도, 가사 면에서도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있다. 그러한 다채로움의 바탕에는 안정적인 가창력이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모든 곡들을 '무난함' 이상으로 잘 소화해준 덕분에 한 장의 앨범 안에서 각기 다른 스타일의 곡들을 넘나드는 것이 조금도 억지스럽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그의 3집인 이 앨범에는 당시 드라마 <태양의 여자> 삽입곡이자 이제는 잊을 수 없는 장혜진의 골든 레퍼토리가 된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작사, 작곡한 김현철과 김동률을 비롯하여 다수의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사,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손무현, 윤상, 박창학, 유유진, 황세준 등 1990년대에 맹활약한 대중음악계 작가들을 압축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이 지니는 또 하나의 강점이다.

삼바풍의 라틴 리듬에 가사 없이 스캣만으로 이루어져있는 'Before the party'을 통해 이색적인 느낌으로 앨범의 문이 열린다. 타이틀곡으로 제목 부분의 가사가 주요 멜로디를 형성하는 '내게로'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발라드 감성은 '우(雨)'로 다시 한 번 이어진다.

5번 트랙의 'Complex'는 보사노바풍의 라틴 리듬의 곡이다. 이 곡을 통해 1번 트랙이 상기되며 잔잔함에서 밝음으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과 적절한 배치를 통해 장혜진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대중성과 음악성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여기에 마지막 트랙인 '1994년 어느 늦은 밤'이 완성도를 더한다. 여러 감정을 넘나들며 화려하게 채워진 앨범이 여기서 확실하게 마무리된다. 이 곡에서는 특히 초반의 저음부가 귀를 사로잡는다. 낮은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별의 이야기에서 과하지 않으면서도 진심이 어려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로써 잔잔하지만 강렬하게 앨범을 마무리한다. 이 곡 때문에도 1994년, 그 해를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아로새겨놓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올해로 데뷔 21년차인 장혜진은 그 동안 쌓아온 시간 속에 안주하지 않는다. 미드템포 R&B인 7집의 '마주치지 말자', 하우스 댄스곡인 8집의 '가라 사랑아' 등을 통해 보여주었듯 그녀는 '발라드 가수'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가장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 비교적 초기작으로 어느 새 20년의 세월이 흐른 이 앨범을 통해 장혜진은 일찍이 그 자격을 증명해 보이며 '디바'의 길을 닦아놓았다.

-수록곡-
1. Before the party
2. 사랑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
3. 내게로 [추천]
4. 우(雨) [추천]
5. Complex
6. 그런 나
7. 귀여운 남자
8. 1994년 어느 늦은 밤 [추천]
9. 사랑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 (Club version bounus track)
위수지(suji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