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불혹이 넘는 중견가수지만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회춘하고 있다. 7집 '마주치지 말자'에서 보여준 놀라운 변화처럼 < 하늘, 바람, 별 >도 장혜진의 새로운 도전을 담고 있다. 여기에 그녀의 노련미가 더해지면서 앨범의 중량감은 만만찮다. 최신 유행 스타일과 장혜진 고유의 색이 칠해졌다.
1990년대 후반 서정적인 발라드를 부르던 장혜진은 돌연 유학을 떠났다. 그로부터 5년 뒤 당시 가요계의 최신 유행이었던 미디어템포로 컴백했다. 20여 년간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잠시도 가요계의 트랜드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운이 좋아서 또는 시류를 잘 타서가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연습의 결과다. 여전히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도전을 갈구한다.
또한 누구보다 자신의 장점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남자 그 여자'식의 가슴을 파고드는 발라드도 놓치지 않는다. 미니앨범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를 작곡한 방시혁과의 작업이다. 방시혁이 작곡한 타이틀곡 '한번만 울고 말자'는 심금을 울리는 애가이다.
신보는 원래는 정규 음반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혜진의 성대결절로 인해 이미 녹음을 마친 다섯 곡만으로 채웠다. 그래서일까? 전체적인 일관성은 떨어지지만, 각양각색의 개성 있는 곡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느날 오후'는 라틴 리듬에 일렉트로니카를 접목한 트랙이다. 요즘 젊은 팬들을 겨냥한 선택이다.
또 '어느 늦은 밤(1994년 어느 늦은 밤 Part 2)'는 '1994년 어느 멋진 밤'을 김형석의 피아노 반주로 새롭게 부른 버전이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큰 도전은 '열심히 한 이별'이다. 기존에서 들을 수 없었던 록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곡만 따로 떼어놓고 듣는다면 누구의 노래인지 자신의 귀를 그리고 가수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그만큼 그녀의 변신은 완벽하다.
가수에게 문화적 트랜드와 대중의 취향은 놓칠 수 없는 무기이다. 하지만 무조건 대중만 따라가다가는 개성 없는 공산품으로 전락하기가 쉽다. 그런 면에서 장혜진은 유연하고 노련하다. 발 빠르게 변화하면서 중심축을 잘 잡고 있다. 어떤 스타일도 소화시키는 그녀의 탁월한 능력과 끊임없는 노력. 그래서 우리는 장혜진을 가요계의 '디바'라고 부른다.
1. 어느날 오후 (작사 혁성 / 작곡 성진)
2. 한번만 울고 말자 (작사 방시혁 / 작곡 방시혁) [추천]
3. 열심히 한 이별 (작사 한상원 / 작곡 한상원) [추천]
4. 그런 여자이니까 (작사 김수빈 / 작곡 이수, 김민수)
5. 어느 늦은밤..(1994년 어느 늦은밤..) (작사 홍정수 / 작곡 홍정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