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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울고 말자
장혜진
2009

by 옥은실

2009.12.01

장혜진의 보컬은 박하를 집어 삼킨 듯 시원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른 곡에서도 그렇지만 발라드를 부를 때는 그 효과가 배가 되어 듣는 이의 마음이 얼얼할 정도의 느낌으로 전달된다. 가창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중년에 들어서도 그 동안 애시드 재즈, 보사노바,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며 동시대적 음악을 추구했던 그가 다시 초반의 모습을 담은 발라드 곡을 내놓았다.


냉혹하면서도 예리한 그의 보컬은 겨울이라는 특정 계절과 잘 부합된다. 어느 때, 어느 색으로 다가서면 대중이 반응하는지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장혜진은 '한 번만 울고 말자'에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5번 BWV 1056 2악장'을 편곡해 넣었다. 청취자에게 친근하면서도 고급스런 느낌으로 다가가려는 전략적 선택! 시린 이별의 감정을 담은 가사와 발라드에서 특히 호소력 짙은 그의 보컬 뒤로 친숙한 클래식을 흐르게 해 듣는 사람의 귀를 한 번 더 잡아 두는 점에서 그의 영민함이 엿보인다.


장혜진의 발라드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미 대중의 입맛을 파악해 이에 부합하는 멜로디를 선보이고 있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동안 스타일의 변화와 다양한 시도에 열심을 쏟았던 그와 비교했을 때 이번 곡에서는 이전의 기운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컬은 선명하지만 감동은 밋밋하다.

옥은실(lamet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