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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나봐
장혜진
2011

by 임진모

2011.04.01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이다. 지난해 첫 리메이크 앨범에서는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를 비롯해 '한 남자', '끝난 건가요', '왜', '비오는 거리' 등 다섯 곡을 불렀고 이번에도 '널 사랑해'(김정은), '사랑했나봐'(윤도현밴드), '일생을'(김현철), '해줄 수 없는 일'(박효신), 'Goodbye'(제시카) 등 다섯 곡이다.

연속으로 기존 곡 재해석 앨범을 내는 것은 부담 없는 청취를 바라는 근래 소비 행태에 맞추는 동시에 실용음악과 교수로서 보컬을 시범하려는 뜻도 살짝 담겨있는 것 같다. 이 점에서 그의 특별한 장점이라고 할 '멋 부리지 않는' 가창법이 돋보인다. 건조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감성적으로 들리고 클라이맥스 대목에서는 호쾌한 게 장혜진 보컬이다.

장식을 동원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목소리를 내기에 거둘 수 있는 효과일 것이다. 조금은 의외의 선곡인 '사랑했나봐'나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은 그러한 무가공과 스트레이트 창법이 곡의 느낌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를 증명한다. 마로니에의 김정은이 불렀던 '널 사랑해'는 가사에 따라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가며 노래하라는 일종의 교본에 다름 아니다.

다만 주 멜로디가 확실한 곡들이 대부분이라서 결과적으로 절정 부분이 조금 억세고 매운 감이 있다. 더 누르고 억제해서 처절함을 줄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일정 부분 선곡에서 오는 영향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Goodbye'는 부담스럽다.

'키 작은 하늘', '내게로', '1994년 어느 늦은 밤'의 빅 싱어가 연속 리메이크 앨범을 낸다는 것은 현재 시장을 두려워하는 인상을 줘 개운치 않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장혜진이라면 '10곡 이상의 신곡'이라는 전통, 정통 접근을 우리에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중견이 된 후에도 호응을 얻었던 '마주치지 말자'나 '당신께 말합니다', '가라 사랑아'처럼 새 노래를 듣고 싶다.

-수록곡-
1. 널 사랑해(최경호 작사, 백승우 작곡, 최원혁 편곡) [추천]
2. 사랑했나봐(전해성 작사, 전해성 작곡, 최원혁 편곡) [추천]
3. 일생을(김현철 작사, 김현철 작곡, Vink 편곡)
4. 해줄 수 없는 일(윤사라 작사, 신재홍 작곡)
5. Goodbye(Linda Thompson, David Foster 작사 작곡, 표건수 편곡)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