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명맥을 유지하는 요즘의 발라드 씬이지만 장혜진이라는 가수는 여전히 우리가 주목해야할 굵직한 존재다. 5년간의 유학길을 제외하고 큰 공백기 없이 20년간 활동해온 지구력 또한 박수 받을 만한 부분이지만, 그녀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가장 명확한 증거는 역시 꾸준한 실력이라는 점에 있다.
음계의 정점에서 섬세한 떨림을 전달하는 보컬 연기는 ‘1994년 어느 늦은 밤’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위에 낮은 톤의 목소리로 덧씌워진 연륜은 동시대의 가수들에게 가지는 비교 우위. 녹슬지 않은 실력과 값진 경험이 만나 교차점을 형성했다. 우리가 여전히 장혜진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