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 the next 40 years Ray continued to make hit records, win Grammys and sell out concerts becoming one of the world's most beloved entertainers.'
(데뷔 후 40년이 넘어서도 레이는 계속 히트 레코드를 만들어냈고, 그래미 상을 받고 콘서트를 매진시키며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엔터테이너 중 한 사람이 되었다.)
- 영화 레이(Ray) 중에서
가수에게 있어서 두 자리 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9와 10의 물리적인 차이는 1밖에 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시기, 혹 그것이 아니더라도 음악적 터닝 포인트는 되어야 하는 때가 두 자리 수를 맞닥뜨렸을 시점이다.
김건모의 10집도 그 부담감에서 절대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9집 발표 당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콘서트만 펼쳐 온 그였다. 하지만 전작의 대단하면서도 위험한 행보로 인해 두 배는 버거웠을 그의 발걸음은 고작 한 시기를 지나지 않아 자기 자신에 의해 실패로 판정되어 버리고 말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기 혼자만 즐거운 음악은 의미 없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10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방송활동을 재개하게 됐다.'고 선언한 것이다.
결국 '예전의 김건모'와 다름없어진 <Be Like>에서는 음악으로나마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타이틀곡 '남이야'부터 전례 없던 스윙 재즈풍의 리듬을 전격 도입한 것이다. 그의 음악적 동반자 최준영과 함께 한 '남이야'는 여전히 위트 있는 넘버. 그러나 그의 노력과는 달리 재즈적 색체만 제외하면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김건모식 노래'일 뿐이다.
그런 재즈에 대한 동경은 다른 트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소주에 대한 재치 있는 찬가 '두꺼비', 보사노바 리듬을 섞은 '방랑', 재즈라기보다는 블루스 색이 강한 또 다른 대표곡 '서울의 달'이 그것이다. 이러한 그의 변화는 서두에서 제시한 영화 <Ray>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의 앨범 자켓 뒷면에 써 있는 저 문구는 40이 가까워 오는 나이, 10집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들 사이의 방황과 갈등에 이정표를 제시해 줄 만한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레이 찰스(Ray Charles)와 같은 음악인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잔인할까. 그의 새로운 시도는 기존의 분위기를 가진 다른 넘버들과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를 리메이크 한 버전이나 '대충 살아요'같은 특유의 밝은 노래들, '습관', '하루, 이틀, 사흘, 나흘'같은 이별에 대한 뻔한 가요적 감수성은 변화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되다 만 느낌을 더 강하게 주고 만다.
단순히 레이 찰스와 비슷한 음악을 한다고 해서 레이 찰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 레게 열풍을 불러일으킨 선동자의 위치에서도 밥 말리(Bob Marley)가 될 수는 없지 않았는가? 아직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그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십 여 년을 건너 온 세월이라면 그의 음악은 재즈'풍'이 아니라 재즈가 되었어야 하는 것이 옳다. 아직도 여전히 진짜 김건모를 기다리게만 하는 앨범이다.
-수록곡-
1. 남이야 (작사: 최준영 / 작곡: 최준영)
2. 서울의 달 (최준영 / 김건모)
3. 습관 (최준영 / PJ)
4. 발가락 (최준영 / 임기훈)
5. 두꺼비 (최준영 / 김건모)
6.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최준영 / 황찬희)
7. 내게도 사랑이 (함중아 / 함중아)
8. 대충 살아요 (최준영 / 김건모)
9. 방랑 (김진만 / 임기훈)
10. I feel good (최준영 / 임기훈)
프로듀서: 최준영, 김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