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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Like...
김건모
2005

by 신혜림

2005.07.01

'Over the next 40 years Ray continued to make hit records, win Grammys and sell out concerts becoming one of the world's most beloved entertainers.'
(데뷔 후 40년이 넘어서도 레이는 계속 히트 레코드를 만들어냈고, 그래미 상을 받고 콘서트를 매진시키며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엔터테이너 중 한 사람이 되었다.)
- 영화 레이(Ray) 중에서

가수에게 있어서 두 자리 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9와 10의 물리적인 차이는 1밖에 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시기, 혹 그것이 아니더라도 음악적 터닝 포인트는 되어야 하는 때가 두 자리 수를 맞닥뜨렸을 시점이다.

김건모의 10집도 그 부담감에서 절대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9집 발표 당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콘서트만 펼쳐 온 그였다. 하지만 전작의 대단하면서도 위험한 행보로 인해 두 배는 버거웠을 그의 발걸음은 고작 한 시기를 지나지 않아 자기 자신에 의해 실패로 판정되어 버리고 말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기 혼자만 즐거운 음악은 의미 없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10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방송활동을 재개하게 됐다.'고 선언한 것이다.

결국 '예전의 김건모'와 다름없어진 <Be Like>에서는 음악으로나마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타이틀곡 '남이야'부터 전례 없던 스윙 재즈풍의 리듬을 전격 도입한 것이다. 그의 음악적 동반자 최준영과 함께 한 '남이야'는 여전히 위트 있는 넘버. 그러나 그의 노력과는 달리 재즈적 색체만 제외하면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김건모식 노래'일 뿐이다.

그런 재즈에 대한 동경은 다른 트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소주에 대한 재치 있는 찬가 '두꺼비', 보사노바 리듬을 섞은 '방랑', 재즈라기보다는 블루스 색이 강한 또 다른 대표곡 '서울의 달'이 그것이다. 이러한 그의 변화는 서두에서 제시한 영화 <Ray>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의 앨범 자켓 뒷면에 써 있는 저 문구는 40이 가까워 오는 나이, 10집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들 사이의 방황과 갈등에 이정표를 제시해 줄 만한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레이 찰스(Ray Charles)와 같은 음악인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잔인할까. 그의 새로운 시도는 기존의 분위기를 가진 다른 넘버들과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를 리메이크 한 버전이나 '대충 살아요'같은 특유의 밝은 노래들, '습관', '하루, 이틀, 사흘, 나흘'같은 이별에 대한 뻔한 가요적 감수성은 변화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되다 만 느낌을 더 강하게 주고 만다.

단순히 레이 찰스와 비슷한 음악을 한다고 해서 레이 찰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 레게 열풍을 불러일으킨 선동자의 위치에서도 밥 말리(Bob Marley)가 될 수는 없지 않았는가? 아직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그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십 여 년을 건너 온 세월이라면 그의 음악은 재즈'풍'이 아니라 재즈가 되었어야 하는 것이 옳다. 아직도 여전히 진짜 김건모를 기다리게만 하는 앨범이다.

-수록곡-
1. 남이야 (작사: 최준영 / 작곡: 최준영)
2. 서울의 달 (최준영 / 김건모)
3. 습관 (최준영 / PJ)
4. 발가락 (최준영 / 임기훈)
5. 두꺼비 (최준영 / 김건모)
6.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최준영 / 황찬희)
7. 내게도 사랑이 (함중아 / 함중아)
8. 대충 살아요 (최준영 / 김건모)
9. 방랑 (김진만 / 임기훈)
10. I feel good (최준영 / 임기훈)

프로듀서: 최준영, 김건모
신혜림(snow-forg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