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가수다 >의 인기가 전 같지는 않지만, 한동안 대한민국 반도 전체를 열광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최대 수혜자는 '로큰롤 대디' 임재범이고 반대로 피해자는 '국민가수' 김건모다. 피 비린내가 날정도로 잔혹한 서바이벌에서 '짜릿한 부활'을 온몸으로 누린 임재범과는 정반대로 김건모는 '참혹'의 수모를 당했다. 결과로 그에게 돌아 간 것은 가혹한 채찍질이었다.
큰 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단지 < 나가수 >라는 고결한 음악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착각해 시청자의 심기를 건드린 것뿐이다. 그냥 운이 없었다고 훌훌 털어내기에는 20년 경력 가수에게도 쓰디쓴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런 아픔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여기고 자숙의 시간을 보냄과 동시에 본업인 음악에 집중해 절치부심 새 앨범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13집 < 자서전(自敍傳) & Best >의 음악은 앨범 타이틀 그대로이다. 회고와 독백, 고백의 언어들로 삶과 인생을 노래한다. 더욱이 이번 작품에서는 정규 음반을 포함해 < 김건모 Ballad >, < 김건모 Dance & Reggae >의 짜임으로 20여년 음악 여정을 함께 구성했다. 남들이 뭐라 하건 변함없이 자신을 응원해주었던 팬들과 반대로 자신을 매몰차게 냉대했던 대중에게 바치는 '종합선물 세트'격의 음반이다. 불만 쌓인 손님들에게 질보다는 양이라도 많이 얹어 주려하는 거창한 차림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양으로 승부하려는 심상이 보이는 13번째 작품은 새로운 맛이 전혀 없다. 예상범위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김건모표'의 음악이다. 더욱이 새 앨범이라는 느낌보다는 리패키지의 성향이 강하다. 신곡은 8곡뿐이고 13곡의 수록곡 중에서 후반부 5곡은 이미 귀에 익은 음악들이다.
머리 곡 '어제보다 슬픈 오늘'은 연인과 이별 후 느끼는 아픔의 감정을 애절한 감성으로 노래한다. 새로울 것 전혀 없는 평범한 발라드다. 타이틀곡이라고는 하지만 그 '김창환+김건모'하면 떠오르는 틀에 박힌 '상투적 작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 곡 '자서전'은 지금까지의 노래제목들로 가사를 만들어 김건모의 진짜 인생 이야기를 풀어냈다. 로큰롤과 블루스적 색채 위에 특유의 펑키함을 덧칠한 곡으로 본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길지 않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280만장이라는 앨범 판매고의 전무후무한 기록과 무수한 히트곡들의 굵직한 족적을 남긴 전설이자 명인이다. 소울의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멀티 컨텐츠' 생산력은 그의 가장 큰 무기이자 장점이다. 정상의 세월이 어느덧 20년.
그러나 TV속 김건모에게 '위엄(威嚴)'이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저 친근한 동네 아저씨의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뿐이었고 진지한 뮤지션의 이미지는 확보하지 못했다. 위기에 몰린 케이-팝 초대황제의 성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 자서전 >은 좀 더 묵혀두었어도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하다. 팬들은 예전과 다름없는 김건모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수록곡-
CD 1 - 13집 자서전
1. 어제보다 슬픈 오늘
2. 자서전 [추천]
3. 나의 하루
4. 숨바꼭질
5. 남자의 인생
6. 피아노
7. Sunshine Lover
8. 여행
9. You are my lady
10. 울어버려 (역전의 여왕 OST)
11. 려인 (여인의 향기)
12. 려인-2 [추천]
13. 내 모습을 (프레지던트 OST)
CD 2 - 발라드
1. 아름다운 이별
2. 혼자만의 사랑
3. 미안해요
4. 미련
5. 청첩장
6. 잔소리
7. 서울의 달
8. 버담 소리
9. 바보
10. 빨간 우산
11. Say Goodbye
12. 당신만이
13. 사랑해 (Fall In Love)
14. My Son
15. 너에게 (마음으로 하는 말)
16. 가족
17. 얼굴
18.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CD 3 - Dance & Reggae
1.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2. 핑계
3. 잘못된 만남
4. 스피드
5. 사랑이 떠나가네
6.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7. 빗속의 여인
8. 짱가
9. 첫 인상
10. 제비
11. 어떤 기다림
12. 부메랑
13. 넌 친구? 난 연인!
14. 드라마
15. Double
16. 서랍속의 추억
17. Mr. Big Man
18. K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