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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y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2016

by 정민재

2016.09.01

< Britney Jean >과 ‘Pretty girls’의 연이은 실패는 ‘팝 프린세스’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 윌아이엠, 이기 아젤리아와의 공동 작업은 가수 인생 최초의 ‘음악적 위기’를 야기했다. 데뷔 이후 유수의 프로듀서들과 쌓아온 브랜드가 흔들렸다. 언제나 유행의 최전선에 서있던 그가 마침내 뒷전으로 밀려난 듯 보였다.

2년 반 만에 공개한 9집 < Glory >에는 그의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다. 절치부심의 흔적은 신보의 구성에서 드러난다. 철 지난 클럽 사운드 대신 일렉트로 알앤비 트랙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짰다. 시류를 모방하기만 한 수준이 아니다. 개성 있는 음색과 창법을 앞세워 트렌드를 체화(體化) 했다. 관능적 알앤비 넘버, 트레이드 마크인 업 템포 댄스를 적절히 배치해 감상의 호흡에도 신경을 썼다.

커리어 최초로 정형화된 댄스의 테두리를 벗어난 리드 싱글(‘Make me...’)부터 파격적이다. 덥스텝 풍 리듬과 부피가 큰 신스를 골자로 한 일렉트로 알앤비 트랙은 댄스 디바의 변신을 자신 있게 선언한다. 시청각을 압도하는 강렬함 대신 부드러운 선과 흐름을 선택한 변화가 어색하기보단 매력적이다. 카랑카랑한 보컬의 질감을 극대화한 ‘Private show’와 ‘Love me down’, 미드 템포 알앤비를 최신 전자음과 비트로 포장한 ‘Just luv me’, ‘Slumber party’ 역시 성공적인 방향 전환의 본보기다.

앨범은 2016년에 걸맞은 감각적 댄스곡에도 충실하다. 트로피컬 사운드를 활용한 ‘Man on the moon’, 어쿠스틱 기타와 미니멀한 신스 위주의 ‘Just like me’ 등 서로 다른 색채와 텍스처의 댄스 팝들이 오밀조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주 종목인 업비트 댄스도 알차다. < Circus >에 수록되어도 위화감이 없을 ‘Do you wanna come over?’와 ‘Hard to forget ya’, 브라스와 리듬 섹션을 고전적인 빅밴드 스타일로 풀어낸 ‘What you need’에선 베테랑의 여유가 묻어난다. 음반의 백미는 단연 ‘Liar’와 ‘If I’m dancing’. 트렌드와 가수의 캐릭터를 잘 융화시킨 사운드 메이킹, 매끈한 선율과 이를 노련하게 소화해낸 보컬이 높은 흡인력을 발휘했다.

품위 있는 결과물이다. 인트로 격인 ‘Invitation’에서 마지막 곡 ‘Coupure Électrique’까지, 음반의 약점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세기말의 아이돌, 밀레니엄을 대표하는 섹스 심벌을 거쳐 온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올해로 데뷔 19년 차 중견 뮤지션이다. 댄스 팝가수로서 결코 짧지 않은 경력이다. < Glory >는 급변하는 팝의 세계에서 그가 여전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힘을 종합적으로 증명한다. 부족한 가창력을 보완하는 시대적 감각, 전매특허의 목소리 색깔과 운용이 함께 이뤄낸 성과다. 음반은 잠시 멀어졌던 그 시절의 영광(‘Glory’)을 되돌리는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수록곡-
1. Invitation
2. Make me... (Feat. G-Eazy) [추천]
3. Private show
4. Man on the moon [추천]
5. Just luv me
6. Clumsy
7. Do you wanna come over? [추천]
8. Slumber party
9. Just like me [추천]
10. Love me down
11. Hard to forget ya [추천]
12. What you need
13. Better
14. Change your mind (No seas cortes)
15. Liar [추천]
16. If I’m dancing [추천]
17. Coupure Électrique
정민재(minjaej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