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Femme Fatale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2011

by 정민재

2016.09.01

다사다난한 2000년대를 보낸 팝 슈퍼스타는 이 무렵 더 이상 전과 같은 위치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독차지했던 스포트라이트는 레이디 가가, 케샤 등 당대의 신예에게 옮겨갔고, < I Am... Sasha Fierce >로 자기 혁신을 이룩한 비욘세의 기세 역시 대단했다. 물론 그 또한 음악 외적으로는 미흡했던 < Blackout > 이후, < Circus >와 ‘3’로 옛 명성을 탈환하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예전 같지 않은 몸놀림과 화제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다.

통산 일곱 번째 음반인 < Femme Fatale >에서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전작 < Circus >의 일등 공신인 닥터 루크(Dr.Luke)와 맥스 마틴(Max Martin)을 필두로, 오랜 파트너인 블러드샤이(Bloodshy), 스타게이트(Stargate)와 윌아이엠(will.i.am) 등 유행의 최전선에 서있던 제작진을 대거 불러 모았다. 앨범은 농도 짙은 댄스 레코드를 지향했다. 덕분에 ‘I’m not a girl, not yet a woman’, ‘Everytime’과 같은 발라드는 한 곡도 실리지 않았다. 노랫말 역시 자전적 이야기보단 유흥과 노골적인 섹스 어필에 집중됐다.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앨범의 주무기는 첨단 일렉트로니카와 클럽 사운드, 그중에서도 덥스텝이었다. 2000년대 초반 UK 개러지에서 뻗어 나온 초기 덥스텝과 달리, 2010년 등장한 스크릴렉스(Skrillex)식 화려한 덥스텝, 이른바 브로스텝은 범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유행의 조짐을 조기에 포착한 것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였다. 그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리드 싱글 ‘Hold it against me’를 비롯, ‘Inside out’, ‘Seal it with a kiss’ 등 수록 곡에서 최신 덥스텝 사운드를 선보이며 트렌드세터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실제로 이후 몇 년간 덥스텝은 전 세계 대중음악계의 중요한 소스로 활용됐다.)

수록 곡들이 가진 흡인력 또한 상당했다. 케샤가 참여해 중독성 강한 훅을 선사한 ‘Till the world ends’, 데뷔 초반의 틴팝 기조를 가져온 ‘I wanna go’와 ‘How I roll’, 윌아이엠과 함께한 클럽튠 ‘Big fat bass’ 등이 고루 준수했다. ‘Trip to your heart’와 ‘(Drop dead) Beautiful’, ‘Trouble for me’ 등 좋은 팝송 가운데 주목할 트랙은 음반 후반부의 ‘Criminal’이었다. 어쿠스틱 기타와 잘게 쪼갠 신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래는 언뜻 < American Life >에서 마돈나가 선보였던 포크 팝과도 닮아 있었다. 전작의 ‘Blur’에 이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보컬 호소력은 매력적인 곡의 질감을 충분히 살려냈다.

승부수는 적중했다. 시류를 정확히 읽어낸 사운드와 캐치한 후렴구로 점철된 앨범은 단숨에 차트를 강타했고, 총 3곡의 톱 텐 싱글을 배출했다. 특히 ‘Till the world ends’와 ‘I wanna go’는 오랜만에 라디오에서까지 성공을 거뒀다. < Femme Fatale >은 현아(‘Bubble pop!’), 티아라(‘Day by day’) 등 당시 국내 가수들의 음악에도 자양분으로 작용하며, 여전한 그의 음악적 영향력을 증명했다. 이 앨범으로 팝 음악계에서 그의 입지는 다시 한 번 공고해졌다.

-수록곡-
1. Till the world ends [추천]
2. Hold it against me [추천]
3. Inside out [추천]
4. I wanna go
5. How I roll
6. (Drop dead) Beautiful (Feat. Sabi)
7. Seal it with a kiss [추천]
8. Big fat bass (Feat. will.i.am)
9. Trouble for me
10. Trip to your heart
11. Gasoline
12. Criminal [추천]
13. Up N’Down
14. He about to lose me
15. Selfish
16. Don’t keep me waiting
정민재(minjaej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