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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 it against me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2011

by 김진성

2011.01.01

미국, 스웨덴, 호주, 그리스, 스위스, 프랑스, 아일랜드, 이태리,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그리고 스페인, 이상 16개국에서 아이튠스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표절시비에 아랑곳 않는 실로 놀라운 기세다. 컨트리 듀오 벨트라미 브라더스(Bellamy Brothers)의 1979년 텍스-멕스(Tex-Mex) 컨트리 히트송 'If I said you had a beautiful body'의 후렴 'Would you hold it against me'를 표절했다는 일련의 보도는 사실상 크게 문제될 여지가 없다. 멜로디가 확실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결정적으로 제목은 판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변호도 있었다.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 그냥 패스하기로 하자.


노이즈 마케팅으로 어느 한쪽이 득을 보든 손해를 보든 둘 다 윈윈하든 간에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신곡이 뜬 건 그 자체로 최우선시 될 만한 관심의 표적이다. 'Hold it against me'(날 원망할거니)는 공격적으로 덤비는 일렉트로닉 지르박과 좀 낡아서 색다른 맛이 나는 유로 팝이나 1980년대 신스 팝 스타일 반복악절로 꾸렸다. 초현대적 감각과 재래식 사운드질료의 절묘한 융합.


2분14초부터 심하게 몸을 꺾는 군무로 진입할 수 있게 잠시 힙합 댄스로 변속하고 육중한 베이스라인과 킥 드럼 비트로 박력 있게 전개되다가 3분 10초부터 재차 가속도를 붙여 심박수치를 강화하는 곡은 밝고 선명하게 활상하는 팝 코러스로 전반부와 같은 포인트로 되돌아와 헤비메탈 기타리프와도 같은 전자음 장식의 현란함 속에 이상야릇한 교성을 지르는 스피어스의 음성으로 매조지 한다. 적절한 버스와 코러스가 있긴 하지만 최대한 빨리 끝장을 보자고 줄 창 내달리는 통에 숨 돌릴 겨를이 없을 정도.


그만큼 쉽게 빨려들지만 오토-튠과 신서사이저의 질펀한 파상공세만큼이나 브리트니의 목소리도 로봇 같은 감이 짙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너무도 강직하고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기계적인 비트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강한 탓에 인간적인 감성 포인트가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순전히 장비에 의한 섹스어필이 다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게다.


그럼에도 요동치는 육체적 반응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신스 팝 위장술의 전문가 팁-업이 팝 퀸을 위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쾌작이라 할 만하다. 무도장 여왕의 재림에 클럽 숭배자들은 절로 신나게 생겼다. “내 심장이 고동친다고 말한다면 / 우리가 어떻게든 이 무리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 네가 천국을 원하기에 / 난 오늘밤 좀 쉬어야겠어 / 지금 당장 너의 몸을 원한다고 말한다면 날 원망할거니”라고 유혹하는 가사만큼이나 상당히 도발적이고 격정적인 곡조의 노래다.


댄자(Danja)도 프로듀서로 참여해 어반(Urban) 쪽으로 다른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알려진 3월 발매예정 7집 스튜디오앨범에 앞서 이른 신호탄을 쏜 브랜드 뉴 싱글은 아이돌 팝의 트렌드세터 맥스 마틴(Max Martin)과 닥터. 루크(Dr. Luke)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맥스 마틴은 주지하다시피 스피어스의 대박 히트송들을 책임져왔다. 상업적 감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라할 탁월한 프로듀서이다. 흔히들 미다스의 손을 가진 제작자로 여긴다. 결과적으로 이 곡 또한 팝 귀재의 또 다른 일 단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케이티 페리(Katy Perry)와 레이디 가가(Lady Gaga), 핑크(Pink),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의 성공가도에 초석을 깔아줬으며,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의 7집에도 참여한 바 있다.


새 노래는 브리트니가 진정 팝스타로서 늘 유행의 최전방에서 선도자의 입장을 고수해왔음을 다시금 공표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도록 거들어주는 제작자가 그녀의 곁에 꼭 붙어서 그녀의 주인노릇을 장기화시켜주는 한 다른 아티스트들은 그녀를 추종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다분해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제작자의 역량이 스타성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가는 두말하면 잔소리 되시겠다.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