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로 완성된 '보스'의 내러티브 송!
4년 전 '악몽'을 맛본 9.11테러의 발발은 순식간에 미국 전역을 호러 상태로 몰아넣었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그 날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The Rising>을 내놓았다. 역시 예상대로 음반은 나오자마자 차트 1위를 석권했고 상처받은 미국인들의 가슴을 음악으로나마 달래줬다. 그 후 전세계로 확산되다시피 한 이라크 전쟁의 공포와 불안은 오랫동안 지구촌 뉴스를 장식했다. 시대를 거스르지 않는 가수로 유명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새 앨범 <Devils & Dust>에는 어김없이 그 당시 상흔이 진하게 자리했으며 또 다시 음반은 차트 정상을 밟았다.
데뷔 30년 이상 줄곧 저항과 비판으로 대변되는 록 정신을 노래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존재가치는 지금까지도 정체를 모른다. 우리나라 가수 중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 그 누가 있었는지를 되새겨볼 때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고작 몇 년 간 스타덤에 오르고 나면 곧바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가요계 스타 가수들의 생명그래프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대중음악계의 '보스'로 통칭되는 국민적인 가수이자 사회운동가인 브루스 스프링스틴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는 정말 대단하다. 그는 종종 전직 미국 대통령을 향해 가수가 차마 하지 못할 짓(?) 그 이상의 의견을 피력하곤 했고, 지난 대선 때 역시 '변화를 위한 투표' 투어의 선봉장에 쓴 뮤지션으로 핫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제 그는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가수로서 시대의 대변자나 다름없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혈기 넘치는 행동 철학은 13번째 정규 앨범이 되는 신작 <Devils & Dust>에서 대담하게 그 감성을 토로한다. 역시 의심할 여지없이 발매 첫 주 차트 꼭지점에 오르며 보스의 위상을 공표했다. 작품 전반에 깔리는 다소 어둡고 침울한 내러티브는 2년 전 이라크 전쟁의 폐해를 회고한 첫 곡 'Devils & dust'에서 대번 묘사되고 있다. 특히 하모니카 소리가 우렁찬 어쿠스틱 사운드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트레이드마크인 활기찬 로큰롤 문법과 상당히 거리를 둔다.
신은 내 편에 / 그리고 난 그저 살아남으려는 것뿐 / 네가 살고자 저지르는 짓이 / 결국 네가 사랑하는 것을 죽이게 된다면 어떻겠나 / 공포란 강력한 놈이라 / 네 마음을 네가 믿을 수 있는 검은색으로 바꿔놓을 수가 있지 / 그 놈은 네 마음 속에서 신을 몰아내고 / 그곳에 악마와 먼지를 채울 것이다. - Devils & dust -
이번 결과물은 지난 3년 간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느끼고 겪은 정신세계의 초혼(招魂)이다. 'Devils & dust'를 위시해 몸을 파는 이민 여성의 슬픈 현실을 노래한 'Reno', 레이니 윌리엄스라는 한 소년과 모친의 사랑을 그린 'Black cowboys', 두 아들을 남기고 죽은 한 여인의 애절한 이야기를 쓴 'Silver Palomino', 비극적 복서의 인생을 담은 'The Hitter' 등은 한편의 우울한 서사시다. 심심하고 재미없는 밥 딜런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선 노랫말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듯 가사가 전하는 심오한 문학적 개성을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Devils & Dust>를 통해 절실하게 써내려 간다.
부드럽게 핑거피킹을 유지하는 기타와 정적이고 사색적으로 노래하는 <Devils & Dust>는 마치 <Nebraska>나 <Ghost Of Tom Joad>의 출몰을 보는 듯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All the way home'과 'Long time comin'', 'Maria's bed' 등 3곡을 제외하면 일렉트릭 기타의 선율은 다소 희석되었고, 스틸 기타와 스트링 편곡을 두루 활용하는 등 전반적인 사운드의 포커스는 포크와 컨트리를 지향한다. 이는 밥 딜런 특유의 표현 기교와 꽤 닮았다.
곡 구조는 긴박감 넘치는 장면 없이 느슨하게 전개된다. 그의 목소리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른한 오후에 낮잠이나 청하려는 것 같이 힘을 쭉 뺀 채로 편안하게 읊조린다. 'Reno', 'Black cowboys', 'Silver Palomino' 등이 대표적이며, 과연 스프링스틴의 보컬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돌연 로커빌리 스타일에 팔세토 창법으로 속삭이는 'All I'm thinkin' about' 역시 주목할만한 재미를 선사한다.
새 앨범은 어쿠스틱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이 담긴 DVD와 함께 두 장의 CD로 발매됐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프로듀서로 명성을 다진 브랜던 오브라이언(Brendan O'Brien)이 전작에 연이은 제작자로 나섰다. 그 외형적 형태가 포크와 컨트리 일색이지만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말하고자하는 세상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지루하지 않다. 단편소설을 연상시키는 수록곡은 하나같이 '스토리가 있는 음악'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즉 <Devils & Dust>가 토해내는 진정한 매력은 로큰롤 베테랑의 강인한 내면세계를 빌려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다.
-수록곡-
CD
1. Devils & dust
2. All the way home
3. Reno
4. Long time comin'
5. Black cowboys
6. Maria's Bed
7. Silver Palomino
8. Jesus was an only son
9. Leah
10. The hitter
11. All I'm thinkin' aboug
12. Matamoros banks
Bonus DVD
1. Devils & dust
2. Long time coming
3. Reno
4. All I'm thinkin' about
5. Matamoros banks
Produced by Brendan O'Br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