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큰롤의 본때를 재현해낸 새 앨범 <매직>(Magic)은 라디오시대의 향수가 진동하는 앨범이다. 싱글 컷으로 선봉에 내세운 'Radio Nowhere'에서 알 수 있듯 노장의 사운드는 록음악의 진풍경을 들려준다. 5년 만에 재 의기투합한 이 스트리트 밴드(E Street Band)와 함께 라디오에 음악이 흐르던 과거에 주파수를 맞췄다.
그래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구린내난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르지만 록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낮은 자세로 서민들의 소리를 대변한 '보스'는 후배로커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듯 이 앨범을 통해 전언한다. “노장은 녹슬지 않는다. 다만 노련해질 뿐이다”고.
장르적 색채가 진하게 풍기는 다양한 악기소리들의 조화 속에서도 대쪽같이 곧고 강직한 목소리로 포효하며 기타를 치는 천생로커. 그른 곳을 향해 가는 세상을 향해 정도로 가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록의 장인(匠人)은 오늘도 내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이 스트리트 밴드와의 재결합이 암시하듯 이번 신보는 음악 자체의 질감과 완성도에 중력이 실렸다.
'Born in the USA, Pt.2'로 명명해도 무난할 정도로 보컬, 기타, 키보드, 색소폰까지 사운드의 층을 두텁게 만들어 충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Radio nowhere'를 위시해 브루스의 펑키(funky) 기타연주와 키보드연주자 대니 페더시(Danny Federci)의 철금(glockenspiel), 열정을 뿜어내는 색소폰 사운드가 리듬앤블루스적인 'Born to run'을 환기시키는 'Livin' in the future', 즉흥적인 피아노 리듬이 특징적으로 귀에 감기는 'I'll work for your love' 등 지나온 '전성기'(Glory days)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곡들이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절정기 사운드의 정감을 다시금 불러낸다.
가사의 주제는 주로 소소한 일상의 가치와 내면의 성찰을 다루고 있는 듯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매우 사려 깊은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Your own worst enemy', 'Gypsy biker', 'Last to die', 'Devil's arcade'와 같은 노래의 가사에선 부시정부를 향한 반감이 표출되지만, 얼마 전 작고한 음악친구 테리 매고번(Terry Magovern)을 위한 'Terry's song'을 비롯해 다수의 곡들에선 생활 속에서 인간이 품는 진솔한 감정의 이야기들을 친근한 연주와 함께 차근차근 들려준다. 아버지처럼, 형님처럼, 오랫동안 알고지낸 옆집 아저씨 또는 친구처럼…
9/11테러의 상흔을 깊이 있게 다룬 < The Rising >(2002), 강력한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 Devil and Dust >(2005)가 너무 진하게 침잠하고 고뇌와 분노에 찬 가사의 메시지전달에 중력이 실려 왠지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 강했다면,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뒤안길을 돌아보듯 넉넉한 여유가 있어 더 반갑고 귀에 쏙 들어온다.
이 앨범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건 무의미하다. 연주와 녹음방식에 중력이 실린 까닭이다. 요즘의 얄팍한 록 장식음이나 자의식을 앞세운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올곧고 솔직담백한 사운드 그리고 위대한 록 아티스트의 진정성과 관록이 배어나는 음반. 지금 우리가 듣는 록음악 사운드는 곧 과거의 재현, 재활용임을 인정하게 만드는 진품이자, 미국 로큰롤 역사의 한줄기를 끌어낸 '시대의 형님'이 음악을 통해 풀어낸 마법의 주문이다.
-수록곡-
1. Radio Nowhere
2. You'll Be Comin' Down
3. Livin' in the Future
4. Your Own Worst Enemy
5. Gypsy Biker
6. Girls in Their Summer Clothes
7. I'll Work for Your Love
8. Magic
9. Last to Die
10. Long Walk Home
11. Devil's Arca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