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영화 < 필라델피아 >는 동명의 도시 속 거리의 소수자들을 비췄다. 차별에 의해 부당히 해고당한 톰 행크스의 역전 서사와 끝내 되찾은 빛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결말은 당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부른 사운드트랙 ‘Streets of Philadelphia’는 빌보드 싱글 차트 9위의 성적은 물론 그해 그래미 어워즈 5개 부문에 올라 올해의 노래상을 포함해 4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역시 그에게 주제가상을 선물했다. 그로부터 흐른 33년. 세계의 시선이 미니애폴리스로 모인 오늘날, 그는 바뀐 것 하나 없는 거리를 다시 한번 찾는다.
얼마 전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의 화두는 단연 ‘ICE(미국이민세관단속국)’였다. 저스틴 비버,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딘, 배드 버니 등 수많은 스타가 가슴팍에 ‘ICE OUT’이 적힌 배지를 찼고, 수상 소감을 통해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을 외쳤다. 지난 1월,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자 단속 과정 중 벌어진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 사망 사건과 이에 대한 미 정부의 냉담한 반응을 철저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진영과 가치 판단을 떠나 대중음악이 아직 제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오랜만에 목격한 것도 같다. 희생자와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가 하면 얼음(ICE)과 추위에 빗댄 유희와 ‘사적 군대(Private Army)’, ‘연방 패거리(Federal Thugs)’ 등의 노랫말, 수십 년간 함께해 온 E 스트리트 밴드의 매끄러운 풀 사운드와 합창 스케일까지 1970년 발매된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의 또 다른 저항 음악 ‘Ohio’를 연상케 하며 완성도 자체만으로도 뛰어나다. 여든을 앞둔 로큰롤의 보스가 던진 돌과 그 파동. 그가 있어 다행이고, 그밖에 없음이 애석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