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된 신화가 두 번째 겨울 선물 꾸러미를 풀어놓았다. 멤버들의 재치와 유머가 담긴 Skit 트랙들과 신곡들로 포장되어 있던 지난 겨울의 < Winter Story >와는 달리 이번 < Winter Story 2004~05 >에서 신화는 전곡을 리메이크로 채우며 최근 불고 있는 리메이크 태풍에 동승을 꾀하고 있다.
허나 이미 여러 가수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마구잡이로 재해석 음반을 쏟아놓는 상황 속에서 판매가 결코 수월하지 못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 그래서 신화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 팬들을 공략하는 것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기억을 조금만 되새기다 보면 금방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들로 레퍼토리를 마련한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간결한 악기 구성과 나른한 고백조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공일오비)'에서는 에릭의 랩과 멤버들의 화음으로 세련미를 강조했고, 사이사이 삽입된 영어 나레이션은 원곡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충분히 수용될 만큼 무난한 수위를 유지한다. 후반부에 위치한 에릭과 린의 듀엣 버전과 비교하며 듣는 것도 감상을 위한 키 포인트.
비정규적 성격을 띄는 스페셜 앨범답게 멤버들의 솔로 곡들도 대거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원곡만큼의 아련함은 느끼기 힘들지만 팀에서 보컬의 비중이 다소 적은 전진이 불러 풋풋함을 앞세운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조정현)', 따뜻한 통기타 소리 대신 당시의 낭만을 회상하는 듯한 휘파람 소리로 이어지는 김동완의 '이층집 소녀(윤종신)', 신혜성이 부른 '그대 눈물까지도(투투)' 등, 각자의 추억에 기대어 노래한 것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성숙한 남자가 되어 팬들을 맞이하고 있는 여섯 남자들은 더 이상 스타성만으로 살아 남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가수라는 속박감에서 벗어나 때로는 연기자와 모델로 생명력을 키우고, 뭉쳐야 할 땐 다시 하나가 되어서 나타나 신화만의 팀 파워를 드러낸다.
재창조를 기대하고 앨범을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신화 멤버들과 예전의 명곡들을 공유하기에는 탁월한 선택이다. 단지 상업성만을 노리지 않고 팬들과 추억의 접점을 마련한 선곡에 높은 점수를 줄만한 앨범이다.
-수록곡-
1.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작사 : 김창환, 박광현 / 작곡 : 김창환, 박광현)
2. 천생연분 (김수현 / 정재윤)
3.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정석원 / 정석원)
4. 이층집 소녀 (박주연 / 윤종신)
5. 신인류의 사랑 (정석원 / 정석원)
6. 오늘 같은 밤이면 (박정운 / 박정운)
7.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이지영 / 신재홍)
8. 붉은 노을 (이영훈 / 이영훈)
9. 그대 눈물까지도 (오지훈 / 오지훈)
10. 안녕 (신해철 / 신해철)
11. 말해줘 (이현도, Sean, Jinu / 이현도)
12. 그녀를 만나는 곳 100m전 (노영심 / 이남우)
13.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with Lyn) (정석원 / 정석원)
14. How Do I Say (JPS / 김진환, JPS)
프로듀서 :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