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tate Of The Art
신화
2006

by 이민희

2006.05.01

신화는 건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Perfect man' '너의 결혼식' 'Brand new' 등 섹시하고 강력한 댄스곡을 선보여 왔고, 노래만큼이나 운동으로 다진 다부진 체격을 자랑했다. 신화의 남성성은 그리 동물적이지(?) 않았고, 잘 생긴 옆집 총각을 떠올리듯 별 망설임 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미남처럼 어딘가 친숙한 구석이 있다. 육체와 어우러진, 별로 불온하지 않은 선에서 탐미적인 매력을 발산하던 신화는 예나 지금이나 음악보다 캐릭터가 더 돋보이는 그룹이다. 노래 제목보다 멤버 이름 입력이 더 잘 되고, 그래서 각종 쇼 프로그램에서 더욱 빛나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음악 활동과 연기나 장기 등 번외 활동을 통틀어서, 여섯 명이 함께 뭉치든 각개 전투를 펼치든 신화의 이미지는 손상되지 않았다. 늘 건강하고 유쾌했다. '호남 군단' 신화의 인상은 선명하지만, 그러나 음악은 크게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멜로디의 밀착감이 없다. 댄스 음악의 역동성은 충분히 담고 있었으나 오래 회자되고 많이 불리는 힘은 부족했다. 그러나 그 음악적 부족함을 논하는 것은 신화에게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민우와 신혜성이 그랬듯 음악에 대한 욕심은 솔로 활동으로 충족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화는 여전히 음악보다 존재감으로 승부하는 그룹이다.

변함없는 팬들을 향했던 지난 작업들과 달리, 여덟 번째 앨범은 '쉽게 불릴 만한 노래'라는 새로운 카드를 준비했다.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 유사의 나긋한 발라드 'Once in a lifetime'을 8집의 타이틀 곡으로 뽑았다. 소속사 측에서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와 비슷하다고 밝혔듯 전인류의 단결과 평화를 지향하는 의외의 곡이다. 뭔가 거창하게 댄스 그룹 인생의 거듭나기 같지는 않고, 그저 시대의 흐름을 따라 2006년 월드컵을 의식한 듯 보인다.

타이틀 곡만 그렇다. 폭풍의 댄스는 구석에 숨겨두었다. 'Thanks!' 'Your man' 'Doobob' 'Paradise' 등은 신화 특유의 탄력과 에너지를 뿜어내는 댄스곡이다. 후반에 배치된 '왜 내가' 'You're my everything'은 작업성 농후한 발라드이며, 이렇듯 타이틀 곡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들은 신화의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발군의 멜로디를 가졌다던지, 가요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한다던지 할 만큼 특별하게 뛰어난 곡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늘 그래왔듯 구태하다거나 해체의 조짐이 보인다 싶은 구석도 없다.

1998년 데뷔한 신화는 올해로 여덟 번째 앨범을 발표한 장수 댄스 그룹이다. 그리고 10대 여성 팬들 공략한다는 의도가 확실했던 그룹이다. 먼저 실험했던 HOT와 젝스키스가 분할하는 동안, 그 밖의 아류들이 꾸준히 입장과 퇴장을 거듭하는 동안, 한편으로 그들을 지지하던 팬들이 나이를 먹는 동안에도 신화는 여전했다. 그룹으로 또 솔로로, 소속사를 이적해 활동 라인을 바꾸면서도 그들은 우렁차게 외쳤다. "우리는 신화입니다!" 처음에는 홍보용이었다가 나이를 먹은 이제는 약간의 자조가 섞인 부끄러운 외침이지만 그걸 아직도 구호로 쓴다. 스스로를 약간만 깎아내리면 그게 웃음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신화는 성숙의 지표를 다르게 설정했다. 남들이 바꾸고 발전하려고 애를 쓸 때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노래를 발표하지 않지만 딱히 흠 잡을 구석이 없는 활동을 펼쳐 왔고, 변신을 시도해도 뮤지션으로 거듭나려는 작위적인 연출은 없었다. 데뷔 후 10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10대의 취향과 선호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왠지 좀 부끄럽지만, 그런 부끄러움을 인정했을 때 진실한 호소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신화는 증명했다.

8집을 발표한 20대 신화의 그러한 노선은 아직 유효하다. 아직 10대와 그때 10대였던 지금의 20대가 신화를 좋아할 수 있는 이유는 음악보다 그룹의 이미지 유지에 총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부담 없다는 것은 분명 신화가 가진 특별한 재산이다. 그리고 그 재산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음악일 것이다. 경력 10년을 바라보는 이제는 이미지가 아닌 노래를 남겨야 할 때다.

-수록곡-
01. Thanks! (작사 : 신유, 황성제 / 작곡 : 황성제)
02. Your man (이상인, Brian Kim / 이상인)
03. 약한 남자 (안영민 / 안영민)
04. Once In A Lifetime (Brian Kim / Brian Kim)
05. Doobob (안영민 / 조영수)
06. Paradise (민우, David Kim / 정준호)
07. Highway Star (서정환, Eric, David Kim / Mad Soul Child)
08. Midnight Girl (박창현 / 박창현)
09. Throw My Fist (Brian Kim / 류형섭)
10. 기회 (전승우 / 전승우)
11. 왜 내가… (윤경 / 이현정)
12. You're my Everything (이윤화 / 김기범)
이민희(shamc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