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다. 근래 그의 목소리는 < 별에서 온 그대 >에 수록된 ‘My destiny’와 < 태양의 후예 >의 ‘With you’, < 해를 품은 달 >의 ‘시간을 거슬러’ 등 이어폰보다 브라운관을 통해 더 자주 들려왔다. 이번 EP는 후렴구에 감정을 집중하던 OST, 정통 발라드 ‘실화’나 ‘보고 싶어... 운다’, 부피 큰 편곡으로 기승전결을 확실히 한 ‘자기야 여보야 사랑아’와 같은 곡들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띤다.
이번에도 우아하고 편안한 음색은 효과적. ‘Love, liquor, you’의 도입부에선 한층 가벼운 창법으로 본디 가지고 있던 비음에 공기를 더욱 섞은 붕 뜬 음색으로 곡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하고, ‘On&on’의 ‘하늘을 걸을 거야 둘이/다리 사이 부는 바람결이’에서 음을 던지듯이 부르는 기술은 압운을 강조하며 곡에 탄력을 더한다.
시류에 충실한 EDM 사운드가 린이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아이유 < Palette > 앨범의 조력자인 이종훈·이채규 작곡가와 함께하며 트로피컬 사운드와 트랩 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에게 전에 없던 음악 스타일인 딥한 사운드의 질감을 살리며 리듬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곡을 진행한다. 그 중에서도 유독 ‘Love, liquor, you’에서 코러스로 넘어가는 구간은 EDM의 전개 방식을 따르는데, 강조와 분할이 이어지는 비트와 ‘열어줄지도 몰라’의 멜로디 상승이 맞물려 흡사 ‘드롭’ 비슷한 효과를 자아낸다. 이 밖에도 타이틀 ‘On&on’을 수미상관으로 장식하는 플럭 신스 소리와 ‘Vegas’ 버스 부분에서의 들려오는 신시사이저 아르페지오 등 곡의 특징적인 부분엔 EDM의 손길이 스몄다.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소리를 입체화하는 방식과 더불어 발견되는 것은 곡의 이미지와 소리의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다. ‘별과 별 사이’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울림이 긴 소리들을 활용했고, ‘ii’은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를 주선율로 삼고 있지만 2박자마다 동일한 신시사이저 소리를 등장시켜 곡에 통일감과 맛을 더했다.
특히 살펴보아야할 건 JYP 소속 심은지 작곡가와 협업한 ‘ii’. 새로운 음악적 시도도 존재하나 < New Celebration 6½ >의 ‘Love U, I love u’를 떠올릴 정도로 이전 스타일과 제일 많이 닮았다. 새로운 것과 이전의 것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발견되는 지점. 곡 구성 면에서 코러스 앞에서 긴장감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된 뮤트 편곡과 부러 조에서 벗어난 코드를 사용해 의도된 펀치를 날린 브리지, 그 뒤 이어지는 전조들은 이전의 답습처럼 여겨져 아쉬움을 남긴다.
스스로가 전 곡을 작사했고 앨범을 꾸린 곡들의 만듦새에서 여전히 트렌드가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린이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다. ‘나랑 놀자’는 앨범 이름처럼 대중에게 친숙하게 손 내민다.
-수록곡-
1. Love, liquor, you [추천]
2. On&on (Feat. 챈슬러) [추천]
3. 별과 별 사이
4. ii [추천]
5. Veg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