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 One And Only Feeling >은 확실히 조금 서두른 감이 있었다. '사랑했잖아'가 이룬 대중적 성공이후 홀연히 들고 나온 진득한 블루지 감성. 이는 '보통여자', '결혼해줘요'의 음악적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그 시기가 아쉬웠다. 적절한 비트 위에 진성과 가성을 아슬 하게 넘나들던 '알앤비 퀸'의 자리에서 조금은 여유를 부려 봐도 괜찮을 법했다. 혹여 '답습'이라는 호된 힐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 스타일을 확고히 하기엔 음악적 욕심이 앞섰던 '린'이지만 그에겐 아찔한 고음과 기교에 무게를 두는 여타의 알앤비 가수들과 변별력을 가지는 부분이 있었다. '사랑했잖아' 이후 4집('이별살이'), 5집('사랑..다 거짓말')에서 이렇다 할 타이틀을 갖지 못했음에도 꾸준히 여러 가수들의 피처링에 이름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바운스감 충만한 탄력감과 독특한 음색 덕이었다.

신작 < New Celebration 6½ >의 모토는 아마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의 유지와 확장이 아니었을까. 비음 섞인 부드러운 음색의 '유지'와 여전히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확장'. 그리고 음악적 진폭을 확대하는 동시에 보컬에도 힘이 실렸다. 이 때문인지 '린'의 감성을 대변하는 여린 가성은 이전보다 줄었다.

일렉트로닉 비트로 볼륨을 올리는 'New celebration', 리듬이 독특한 '누나의 노래'에서는 확실히 강하게 부른다. 가성을 최대한 배제한, 끝부분에 힘을 실어 바이브레이션을 넣는 보컬 디렉팅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피아노로만 편곡된 'Love U, I love U'에서조차 이렇게 들리는 것은 음색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힌다.

가장 '린'다운 창법을 보여주는 타이틀 곡 '실화'까지 역시 노래는 제대로 한다. 댄스와 발라드, 선곡과 편곡의 다채로운 폭을 자랑하면서도 노래라는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노래 전개 중 '우우우우'로 대신하는 '실화'의 한 부분은 감정의 고조, 진성과 가성의 자연스러움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보컬 가수에게 잘 부르는 노래 하나면 충분하다지만 그래도 곡과의 밀착력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댄스곡과 발라드의 동시 타이틀이라는 진부한 패턴, 곡 자체의 부족한 악센트 탓에 각 싱글의 압축미가 떨어진다. 결국 '확장'의 측면에서의 스타일 변화는 인상적이지만 쉽게 '린의 것'이 되기엔 뭔가 허전함이 자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기초한다.

끝내 '변화'와 '유지'사이의 적절한 수위조절이 걸리고 만다. 적정한 수준의 '타성'에 머무는 것, 혹은 친숙한 접근법이 '대중가수' 린에게 지금 가장 절실하다.

-수록곡

1.New celebration (Feat. 도끼) (작사: Lyn 작곡: 황성제)

2. 누나의 노래 (Lyn / 황성제)

5. 통화 연결음 (Lyn / 황찬희)

6. 실화 (Inst.)

Produced by 황성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