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몇몇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각을 소재로 한 노래 '그런 남자'가 회자되었다. 나름대로 틈새를 찾기 위해 서정적인 선율에 다소 난감한 가사나 주제를 배열하며 무리수를 범한, 최근 발라드 시장의 형세를 보여준 사례다. 변화와 실험이라는 톱니바퀴가 음악가에게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팝 발라드 가수들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오랜 시간동안 음악 팬들의 곁에 머물렀지만 그만큼 변해가는 음악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르인 것이다. 린의 이번 신보 < Le Grand Bleu >도 그런 부담에서 완전히 발을 뗀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앨범 전반에서 곡을 통해 승부수를 걸겠다는 탄탄한 그의 의욕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되었던 두 싱글 앨범의 수록곡들에 신곡을 몇 곡 덧대어 만들어졌다. 두 전작의 색채를 < Le Grand Bleu >라는 이름 아래에 중화시키고 있지만 트랙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편은 아니다.
수록곡들은 크게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알앤비 힙합 뮤지션과 콜라보를 통해 대중성 및 다양성을 확보하는 경우와 멜로디와 린의 보컬을 통해 직설적으로 뚫고 나가는 경우이다. 보컬이라는 측면에서 린은 스펙트럼이 넓다. 그렇기 때문에 배치기나 용준형처럼 랩에 특화된 음악가와의 협업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 풍부한 그의 경험은 안정적으로 빛을 발하며 경쟁력을 보증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듣는 사람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멜로디와 목소리의 힘이 크다. '보고 싶어...운다'와 같은 정통적인 발라드부터 'High heel'과 같이 끈적끈적하게 몰아나가는 호흡 그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여러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는 과정에서 작품 자체의 일관성이나 기획력은 빛을 바랬지만 중견 가수로서 뒤지지 않는 트렌드와 감각을 보급 받은 셈이다. 하나의 노래를 온전히 감싸는 그의 장악력은 협업에서도 단독무대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안이해 보인다는 첫 인상은 러닝타임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천천히 녹아내린다. 탁월한 유희나 기발한 착상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 Le Grand Bleu >는 린의 노련함과 탁월을 보여주는데 모자람이 없다. 멈춰서면 지워지고 만다. 순간의 쾌감과 뇌리를 향한 자극들이 만연하는 가운데 우연히 만난 그는 착실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찰나의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수록곡-
1. 보고 싶어...운다
2. 유리 심장 (Feat. 용준형 of 비스트) [추천]
3. 뒤에서 안아줘 [추천]
4. 이 노래 좋아요
5. Song for love (Kor ver.)
6. 우리를 어떡해
7. 오늘 밤 (Feat. 배치기) [추천]
8. High Heel (With 주영) [추천]
9. 공기 속에 녹았는지
10. 잘해준 것 밖에 없는데
11. Song for love (Eng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