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매너리즘을 탈피할 것인가.' 이것이 어느덧 중견가수가 되어버린 그녀가 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던 것 같다. 6집의 수록곡이었던 'New celebration'과 '데이트 해줘요'를 통해 일렉트로니카와 모던 록을 시도하며 기존 이미지로부터의 외도를 꿈꿨지만, 그 기지개는 '진부함'이란 잠을 쫓아내기에 부족해 보였다. 타이틀은 결국 이전까지 해왔던 모습과 비슷한 발라드 '실화', 미디엄 템포 '자기야, 여보야, 사랑아'였던 것만 보더라도, 그 변신이 대중은 물론 자신의 의도조차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를 모색해 오며 겪은 경험이 약이 되었나 보다. 드디어 제대로 된 한 수가 들어간 느낌이다. 표면상 내세운 장르는 여전히 알앤비지만 가장 큰 무기이기도 했던 가요의 통속적인 기운을 걷어내려 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와의 그녀와 차별점이 생기는 지점이다. 커리어가 쌓이면 쌓일수록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선율의 식상함은 작곡가 층이 협소한 국내에서는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일. 이를 피하기 위해 4곡 중 3곡을 외국곡으로 채웠다. 이와 동시에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 등의 웅장한 편곡을 배제하고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인 보컬에 중점을 두며 앨범 전체의 그림을 그려간 모습이다.
소프트한 알앤비를 내세우는 'Love me for me'에서 그 변화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터. 피아노와 기타만으로 구성된 미니멀한 반주의 공백을 목소리만으로 이끌고 나가는 장면에서 주연과 조연을 명확히 구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끈적하게 리듬을 타고 넘을 줄 아는 목소리에 기교와 감정의 측면에서 구사할 수 있는 섬세함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어느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는 적확하면서도 자유로운 표현이 자꾸만 찾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
이는 브라스 세션과의 호흡교환이 격렬하게 이루어지는 'Me myself'에서 극대화된다. 유연하게 그루브를 타며 내뿜는 검은 연기가 한 뒷골목의 허름한 클럽을 연상케 한다.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가 연상되는 댄스곡 'Make it rock'은 다소 유치한 정서로 접근했던 '누나의 노래'의 오글거림을 단숨에 만회하며, 타 장르와의 끈끈한 결합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아쉬움을 제대로 털어냈다.
비록 트랙 수는 적지만, 각자 색깔이 뚜렷함과 동시에 공통의 지향점을 향하고 있는 곡들로 알차게 채워냈다. 무엇보다 단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 음악 자체에 욕심을 낼 줄 아는 뮤지션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 반갑다. 남들이 조금씩 하향세를 그릴 시기에 오히려 좀 더 높이 나아가려 웅비하는 그녀와 마주하게끔 하는 이 한 장은 발라드에 머물러 있던 역할의 확장을 도맡아 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가장 이상적인 '변화'의 의미, 그것이 성장을 동반하는 것임을 알게 된 린의 한걸음에는 어느덧 자신감이 배어 나오고 있다.
-수록곡-
1. Love me for me [추천]
2. Me myself [추천]
3. 전화해
4. Make it rock(with 단비, 성현) [추천]
5. Love me for me(Instrumental)
6. Me myself(Instrumental)
7. 전화해(Instrumental)
8. Make it rock(with 단비, 성현)(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