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없는 신인이 아니라면 대중은 가수에게 어느 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들에게 인식된 가수 자신의 모습을 토대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발라드를 하는 사람에게 록을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록을 하는 사람에게 힙합을 하라고 하지 않는다. 즉 뮤지션은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할 필요는 있어도,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것을 버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4집 < The Pride Of The Morning >을 발표한 린에 대해 사람들은 무엇을 원할까. 아마도 짙은 알앤비를 선보이며 가창력 있는 여가수, 그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양질의, 감동적인 알앤비를 들려주길. 린 역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듯 이번 앨범에서도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알차게 꾸려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전작에 비해 그녀의 입지가 더 줄어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2집의 '...사랑했잖아...'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3집에서는 그녀가 작사한 곡이 대폭 늘어났고, 직접 프로듀싱까지 도맡았다. '보통여자'가 '...사랑했잖아...'보다 눈에 띄게 히트한 것은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사랑을 받았던 이상 다시 보컬로만 돌아간 그녀의 행보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휘성이 작사, 작곡을 한 마이너 알앤비 발라드인 타이틀곡 '이별살이'가 이러한 린의 변화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온전히 '가수'로서의 진면목만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전보다 더 발전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할 텐데, '이별살이'에서 그것을 느끼기란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어쿠스틱 배경 위에 특유의 흑인 느낌을 얹은 'Kissing U'나 후렴부의 멜로디가 귀를 잡아끄는 'I'm sorry', 린의 가창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웰 메이드 팝 'For the dream'처럼 높은 완성도의 곡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곧 < The Pride Of The Morning >의 방향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중은 아마도 그녀가 어떤 아티스트로 성장하든 린의 목소리로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전부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린 역시 그에 응하여 일단 노래하는 자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린의 정체성이라면 이를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의도는 없다. 오히려 박수를 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음악인으로서의 욕심이 안타깝다. 그녀는 전작까지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나아갈 목적지를 향해 직접 키를 잡는 듯했다. 또 린은 그럴 수 있는 가수다. 이제 와서 도로 접힌 날개가, 이 웅크림이 나아감과 멈춤 중 어느 것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발전을 위한 준비로 해석하고 싶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린이 음악계에서 중요한 아티스트로 남아주길 바라는 팬들의 기대치다.
-수록곡-
1. Kissing U (작사: 윤경 / 작곡: 윤지웅)
2. 마음이 시키는 일 (Lyn / 이현정)
3. 이별살이 (휘성 / 휘성)
4. ...사랑했잖아... Part II (서희, Lyn / 김세진)
5. 눈물이 마를 까요 Duet. 강태우 (전승우 / 전승우)
6. 궁금해 Feat. Eric (최갑원 / Soulshop) - 댄스팝
7. 미칠 것 같다 (최갑원 / 김민)
8. I'm sorry (조은희 / 황찬희)
9. 집으로... (조은희 / 윤일상)
10. 눈을 떠도 감아도 (이경남 / 이현정)
11. Lovelyn (Crwon J / Crown J, J.K. Beat)
12. For the dream (윤경 / 박성일)
프로듀서: 박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