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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 down
뮤즈(Muse)
2017

by 이기찬

2017.05.01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 실험적 변화의 시발점이었던 < The 2nd Law >의 ‘Madness’를 맞이하던 그 때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일각에서는 < The 3rd Law >의 예고편이라는 웃지못할 농담도 들려온다. 느린 비트로 건조하게 흘러가는 기계적 신스 베이스 위에 다소간 위화감을 풍기는 몽환적인 톤의 보컬이 얹힐수록 곡은 록보다는 팝에 가까워진다. 이제는 그 위력적이던 얼터너티브, 스페이스 록 밴드로 돌아가지 않겠으니 기대의 끈을 놓으라는 천명으로 들린다.


점점 지구상 만연해가는 위난이 그대에게 닥쳐올 때, 즉 디스토피아를 이겨내기 위해서 내면 깊숙이 자리한 신념을 파헤치라는(Dig down) 가사로 힘찬 메시지를 담았지만 곡이 가진 너울거리는 분위기에 비해 붕 뜬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몇 해 전 “우리를 가장 비난하는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뮤즈의 오래된 팬들이다”라던 매튜 벨라미의 트윗이 떠오르는 시점.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겠지만 원체 등을 돌린 광신도들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이기찬(Geecha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