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Origin Of Symmetry
뮤즈(Muse)
2001

by 임동엽

2017.04.01

데뷔작 < Showbiz > 이후 드디어 뮤즈의 정체성을 확립했던 앨범. 꽤 성공적인 데뷔였지만, 1집은 다소 보컬 중심적인 사운드로 밴드라는 도구의 활용이 소심해 아쉬웠다. 게다가 짝퉁 라디오헤드(Radiohead)라는 비난이 이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럼에도 차기작으로 나온 < Origin of Symmetry >는 밴드의 앨범 중에서도 걸작으로 뽑히며, 이후 5장에 이르는 앨범의 길을 제시했다.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의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보컬은 이제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Darkshines’는 진성, ‘Micro cuts’는 가성의 절정을 맛보여주고, 파이프 오르간과 다중 성부의 웅장함이 돋보이는 ‘Megalomania’는 넓게 보면 < The Resistance >에서 록 오페라로 확장하는 그의 클래식적인 면모를 비춰준다. 니나 시몬(Nina Simone)의 곡을 리메이크한 ‘Feeling good’은 완성도 높은 편곡으로 보컬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밴드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인 퍼즈톤의 기타와 베이스는 ‘Plug in baby’를 만나면서 한 단계 진화했다. 전 작에서는 이펙트의 드라이브 강도가 밋밋했다면, 이 앨범에서는 톤이 좀 더 강해졌다. 거기에 팝적이고 중독적인 기타 리프가 더해져 지금까지의 ‘뮤즈톤’을 만들어냈다. 톤의 강화와 함께 ‘Citizen erased’처럼 음악도 거칠어졌다. 급기야 ‘Hyper music’은 인트로부터 그루브까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냄새가 짙게 깔려있다. 그뿐만 아니라 ‘Micro cuts’의 아웃트로에서 급변하는 리듬마저도 비슷한 향을 풍긴다.

건반을 중심으로 하는 클래식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Space dementia’와 ‘New born’은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서 곧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특히 ‘Space dementia’의 피아노는 거친 악기들 속에서도 격동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신시사이저는 마치 파동을 형상화한 연주로 ‘Bliss’와 ‘Screenager’의 음향적 공간을 역동적으로 채워준다. 밴드는 이런 스타일을 ‘Butterflies and hurricanes’와 ‘Take a bow’를 지나 < The Resistance >에 이르러 확장했다.

음악 속에 실험적인 모습은 앨범이 발전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Screenager’는 서아프리카의 타악기인 발라폰(Balafon)을 비롯해 동물의 뼈까지 악기로 쓰며 이색적인 느낌을 냈다. 타악기들의 위상(位相)을 좌우로 다양하게 배치하여 공간감은 물론 적절한 신비감을 조성했다. 위에서 언급한 ‘Micro cuts’의 아웃트로를 자세히 들어보자. 강렬한 리듬 중간에 탁구공처럼 좌우로 움직이는 기타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렇듯 헤드폰을 끼고, 앨범을 집중해서 들어보면 음향적인 밸런스가 음악을 맛깔나게 한다.

포스트 라디오헤드의 시대에 출발해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뮤즈. 지금에서야 이들이 구축한 개성이라 칭하지만, 데뷔부터 만들어온 사운드는 도전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2년 전 나온 < Drones >도 밴드 초기로 돌아가는 성격을 보이면서 그 기준을 < Origin of Symmetry >로 잡고 있다. 그만큼 이 앨범이 이들에게 있어서도 기점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곧 20주년을 바라보는 이때에 언젠가 나올 새 앨범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다시 한번 ‘Origin of Muse’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수록곡-
1. New born
2. Bliss [추천]
3. Space dementia [추천]
4. Hyper music
5. Plug in baby [추천]
6. Citizen Erased [추천]
7. Micro cuts
8. Screenager
9. Darkshines [추천]
10. Feeling good
11. Megalomania
임동엽(sidyiii33@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