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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2nd Law
뮤즈(Muse)
2012

by 신현태

2012.10.01

※주의 : 중독성이 매우 강함

위의 문구는 2003년 < Absolution >이 발매되었을 당시 음반 직배사의 경고 메시지다. 실로 그랬다. 당시 국내에 생경하기까지 했던 '음악의 여신' 뮤즈의 록 문법은 말 그대로 중독의 위험이 느껴질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이때부터 '중독성 짙은'이란 표현은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가 들려주는 소름 끼치는 귀곡(鬼哭)과 함께 대동 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앞서 발표한 < Origin Of Symmetry>(2001)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뒤집어 버린 신인 밴드의 거센 약진이라면, < Absolution >에 뒤이어 선보인 < Black Holes And Revolutions >(2006)는 당시 대부분의 평단과 록 팬들의 몰표를 받아낸 '확인 사살'급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당대의 문제작이었다. 이 삼 연타로 밴드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커졌고, 그만큼 몸집도 거대해져 이제는 축구의 성지 웸블리 공연의 이틀 치 티켓을 모두 팔아치우는 공룡 집단이 되었다. 이에 대한 영국 내 위상은 '2012 런던 올림픽'의 주제가를 맡는 위치에 이른다. 이런 전 지구적 기대감을 한몸에 받는 밴드가 된 그들은 < The 2nd Law >를 우리의 손에 건넸다.

뮤즈라는 밴드를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폭발', '실험', '서정'의 배합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요약한 아이덴티티는 '클래시컬 헤비니스'다. 이 세 가지의 이질적인 줄기들을 서로 한데 엮어내거나, 끊어져 있는 끝과 끝을 잇는 것이 이들의 주된 포맷이다. 각 소스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매 콘셉트에 따라 달리해왔다. 각 작품의 선불선(善不善)을 우선으로 따지기보다 서두에 언급한 세 장은 뮤즈의 중용(中庸)에 놓는 것이 맞을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이들의 중용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내는 극적인 구상력에 있었다.

앨범이 거듭 발매함에 따라 커리어의 무게감은 클래식을 접목한 아트록, 혹은 프로그래시브의 성향이 더해지고 있었고, 그 짙은 향취는 현재 최고조에 이르렀다. 우선 런던 올림픽 주제가로 낙점되었던 'Survival'은 관현악 서막의 'Prelude'를 취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구성미를 갖추었다. 퀸이 빚어낸 '록 오페라'에 형식에 채무를 진 곡으로 웅장한 구조, 격정적인 페이드아웃의 전개는 현재 도래한 이들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뒤이어 선보인 싱글 트랙 'Madness'를 대하는 팬들의 반응은 제각기였다. 전에 없던 덥스텝(Dub step)의 과도한 수용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킬 변혁이라 할만하다. 록 밴드답게 진행의 후반부에서는 본래의 록 포메이션으로 돌아오지만, 그 깊은 여운은 일렉트로니카의 잔향에 있다. 트랙리스트에서 그들에게 환호했던 '결정적 이유'를 찾자면 13개의 보기 중답은 3번 'Panic station'일 것이다. 유례없이 박력 넘치는 펑키 넘버로 베이스가 주도하는 '청각적 쇼크'는 늘 그렇듯 다층적 새로움과 동시에 오감을 자극시킨다. 이 짜릿함의 전이는 말 그대로 '뮤즈다움'이다. 이런 소리의 쾌감을 안겨주었던 작품들은 줄 곧 발표해왔고, 다양함이라는 키워드에서 이루어졌던 상습적인 틀 깨기는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해준 힘이었다.

이후의 트랙에서는 '뮤즈다움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아들이 막 세상으로 나오기 전 초음파기기로 잡아낸 심장박동을 곡 도입부에 사용한 'Follow me'는 앞선 'Madness'와 마찬가지로 일렉트로니카에 접합면이 있는 작품이다. 육중한 전자 사운드의 덧입힘으로 장엄함과 긴장감을 고조시켜 몸집만을 부풀려 놓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채로운 사운드 전개와 박진감이 느껴지는 샘플링의 'Animal'은 이들의 최종 목적지인 프로그래시브 록의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변화무쌍하게 곡조를 넘나들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역시나 소리의 덩치만을 키워낸 작위적 기운이 느껴진다.

앨범의 또 다른 흥밋거리라면, 고운 음색이 어우러진 발라드 트랙 'Save me'와 뒤이어지는 메탈 리프가 곡 전체를 지배하는 상반된 분위기의 하드 넘버 'Liquid state'에서 보컬리스트로 변신한 베이시스트 크리스 볼첸홈(Chris Wolstenholme)의 재발견이다. 단발성의 느낌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부족함 없이 어우러지는 그의 보컬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팀의 든든한 무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품에 안을 것인가, 아니면 내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뮤즈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악을 구사한다. 다수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장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소수자, 즉 록 팬들에게 있어서는 독보적인 톱클래스 밴드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전체적인 사운드 운용은 두말할 나위 없는 최상급이지만 강성만이 존재할 뿐인 소리 모음집의 골격이다. 밴드에게 있어 지속적인 변화와 실험은 진보와 진화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들리지 않는 음악'의 전개는 예상외다. 뮤즈는 즉각적 반응과 동요를 일으켰던 음악만을 해왔다. 이와 같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던 밴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치명적이기까지 했던 설렘이 부재하는 지금의 새로운 세계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수록곡-
1. Supremacy [추천]
2. Madness [추천]
3. Panic Station [추천] 
4. Prelude
5. Survival [추천]
6. Follow Me
7. Animals
8. Explorers
9. Big Freeze
10. Save Me
11. Liquid State
12. The 2nd Law: Unsustainable
13. The 2nd Law: Isolated System
신현태(rockersh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