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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sistance
뮤즈(Muse)
2009

by 박효재

2009.09.01

뮤즈(Muse)가 드디어 야심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은 퀸(Queen)의 < A Night At The Opera >, 후(The Who)의 < Tommy >같은 록 오페라다. 항상 거대한 스케일을 뽐내던 뮤즈였기에 전혀 예상 못할 일은 아니었으나 사실 이렇게 빨리 록 오페라 카드를 꺼내들 줄은 몰랐다. 하긴 사람이 하고 싶은 걸 못하면 병이 나는 법. 아마도 셀프 프로듀싱은 그동안 숨겨온 야욕을 드러내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었을 것이다.

본격적인 록 오페라로 들어서기 앞서 뮤즈는 우선 이전의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은 곡들로 경계심을 풀어준다. 첫 곡이자 타이틀곡인 'Uprising'은 댄서블한 인더스트리얼로 훨씬 간결해졌지만 'Supermasive black hole'과 질감은 유사하다. 도미닉 하워드(Dominic Howard)의 역동적인 드러밍, 건조한 코러스, 매튜 벨라미의 쥐어짜내는 보컬이 비극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Resistance' 또한 이전 뮤즈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느슨하게 팀벌랜드(Timbaland)의 리듬감이 감지되는 'Undisclosed desires'는 'Uprising'보다 더 밀접하게 'Supermasive black hole'의 비트에 닿아있다.

전반부 3곡을 제외한 전체적인 인상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클래식에서 모티프를 따온 복잡한 멜로디들의 결합, 어느 때보다 두텁고 화려한 코러스는 신보에 품격과 강렬함을 더해준다. 소리의 덩치가 커지다보니까 자칫 과장되고 작위적으로 비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뮤즈의 특장이라 할 호소력 있는 멜로디와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의 팔색조 보컬은 내실 있는 볼륨업을 이뤄냈다. 고색창연한 오르간 소리로 시작해 강력한 메탈 리프로 내달리다가 고딕과 블루스의 중간 즈음에서 흐느끼기도 하는 'Unnatural selection'에서 매튜 벨라미는 시쳇말로 작두를 탄다. 매튜 벨라미의 보컬은 그 어떤 악기보다도 훌륭하게 변화무쌍한 곡의 흐름을 잘 이끌어간다.

클래식에 젖줄을 대고 있는 곡들에서도 뮤즈의 내공은 잘 느껴진다. 'United states of eurasia'는 분명 퀸의 영역을 탐사하는 곡이다. 'Bohemian rhapsody'를 연상시키는 글래머러스하고 드라마틱한 사운드는 퀸의 환영(幻影)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뮤즈는 결코 퀸을 재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아랍풍의 멜로디가 전개되는 중반부 그리고 쇼팽의 녹턴이 우아하게 울려퍼지는 후반부가 결합하는 기묘한 순간은 'Bohemian rhapsody'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것은 'Bohemian rhapsody'와 마찬가지이지만 뮤즈의 곡이 훨씬 묵직하고 어둡다.

'United states of eurasia'가 교향악의 선율에서 모티프를 따왔다면 후반부의 심포니 3부작은 아예 스스로 교향악을 만들어 버렸다. 울렁거리는 스트링 섹션이 공포 스릴러 영화의 스코어를 떠올리게 하는 'Exogenesis: Symphony part 1: Overture'. 애달프면서도 선동적인 가창이 돋보이는 'Exogenesis: Symphony part 2: Cross-pollination'. 쇼팽의 가녀린 피아노 선율이 인트로와 아우트로를 휘감싸는 'Exogenesis: Symphony part 3: Redemption'. 모두 뮤즈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을 뛰어난 록 심포니다. 유려한 흐름 안에서 이렇듯 강렬한 떨림을 만들어낼 이가 뮤즈 말고 또 누가 있단 말인가.

비밀에 붙여졌던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었던 뮤즈의 뜨거운 욕망은 록 오페라의 거대한 품 안에 안기어 안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설픈 기량으로는 꿈도 꿀 수 없을 록 오페라. 자칫 자신들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 큰 야심을 뮤즈는 넘치는 열정과 재능으로 우아하게 사육한다. 스케일이 커질수록 오히려 제 기량을 발휘하는 뮤즈는 괴물임이 분명하다.

-수록곡-
1. Uprising [추천]
2. Resistance [추천]
3. Undisclosed desires
4. United states of eurasia(+Collateral damage) [추천]
5. Guiding light
6. Unnatural selection [추천]
7. MK Ultra
8. I belong to you(+Mon coeur s'ouvre a ta voix)
9. Exogenesis: Symphony part 1: Overture
10. Exogenesis: Symphony part 2: Cross-pollination [추천]
11. Exogenesis: Symphony part 3: Redemption
박효재(mann6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