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Lotus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2012

by 신현태

2012.12.01

팝 디바 중 단연 탑 클래스의 '불가침 영역'을 영위했었지만 이미 과거의 이야기로 회자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첫 싱글 'Your body'를 접한 그의 팬이라면 실망감이 적잖았을 것이다. 자신의 지분을 후배들에게 상당수 흡수당한 지금, 영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어렵겠다는 '불안한 출사표(?)'의 이미지가 짙었다. 그뿐 아니라 에이젼시인 알씨에이(RCA)와 < The Voice(더 보이스) >와의 마찰이 생겨 9월에 선보인 첫 싱글 트랙을 11월에서야 첫 프로모션을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다소 이해가 안 되는 계약으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알씨에이(RCA)는 'Your body'의 첫 공연을 < 더 보이스 >에서 하기로 계약했지만, 엔비씨(NBC)는 그 공연을 11월로 잡았다.)

이런 악재와 팬들의 걱정을 안은 채 < Lotus >는 우리 손에 건네졌다. 자기 자신조차 전작 < Bionic >은 팬들과 교감하지 못한 실패작이었음을 인정한다. 레이디 가가를 과도하게 의식한 탓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당시의 상황이 그녀를 괴롭혔을 것이다. 또한, 음악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할 수 없었던 뮤지션을 기다려줄 팬들이 그리 많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작품은 인터뷰에서의 언급처럼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품의 첫 곡 'Lotus intro'의 가사처럼 절대 죽지 않으며 영원히 날갯짓하겠다는, 그리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망각(忘却)의 연꽃에 빗대어 표명한다.

지난 작품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전자 양념'을 상당량 덜어냈다는 것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덧칠해졌던 조미료들을 걷어낸, 그렇다고 트랜드에 대한 시대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대안이며 절충안이다. 이전의 작업들과 비교되는 상업적 참패가 결정적으로 기인했을 것이며 다소 멀어졌던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보려는 복안이었을 것이다. 물론 발매 전 'Moves like Jagger'와 같은 대박이 있었지만 굳이 공치사하자면 아길레라보다는 마룬5의 손을 들어주는 이가 많을 것이다. 팝 스타의 화려한 재기가 되었느냐에 대한 물음에 가장 명쾌한 답은 차트 성적일 테지만 홍보의 문제를 껴안은 'Your body'의 결과 역시 긍정적이지 못하다. ('Your body'는 빌보드 34위가 최고 성적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반향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Red hot kinda love'는 펑키한 댄스 비트와 유혹적 보컬, 복고적인 전자음의 배합은 앨범에서 그녀의 이미지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Let there be love' 역시 히트가 예감되는 작품이다. 클럽의 중심에 있는 듯한 악곡의 분위기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릭 팝의 전형이다. 자신의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Blank page'는 피아노와 목소리의 단출한 구성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앨범의 전체적 감상은 직관적으로 들리는 음악이 극소수라는 것이다. 이미 시장의 가시적 성과와는 멀어지고 있으며, 결과론적으로 커리어 역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중론이 깔리게 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다. 그녀의 레퍼토리에는 'Come on over baby (All I want is you)와 같은 달콤한 댄스 팝, 'Reflection'과 'Beautiful'과 같은 발라드가 있었고, 록커의 기질과 폭발하는 보컬 파워를 뿜어냈던 'Fighter', 뮤지션으로서의 온당한 입지를 얻게 해준 'Ain't no other man' 역시 그의 것이었기에 < Lotus >는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짙게 남는 작품이라는 인상이다.

자신의 음악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팝스타에게 있어 개인적 시련은 대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보통이다. 음악뿐만이 아닌 이미지도 함께 소비되기에 그들을 둘러싼 사건들은 음악과 별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비슷한 시련을 겪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심각한 슬럼프에서 빠져나와 점차 팬들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끝없는 나락의 결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휘트니 휴스턴은 많은 이에게 아픈 기억을 남기며 우리의 곁을 떠났다. 현재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재정비하는 중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최악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나 화려했던 과거에 안주한다면 더 나은 미래는 없다. 그렇지만 갈피를 못 잡고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한 번쯤은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음악과 삶, 그녀에게 '진정한 초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록곡-
1. Lotus intro
2. Army of me
3. Red hot kinda love [추천]
4. Make the world move (Feat. Cee-Lo Green)
5. Your body
6. Let there be love [추천]
7. Sing for me
8. Blank page [추천]
9. Cease fire
10. Around the world
11. Circles
12. Best of me
13. Just a fool (With Blake Shelton)
신현태(rockersh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