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Back To Basics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2006

by 김獨

2006.08.01

“Still Dirrty, But Giant Steps!”

크리스티나 아길레라(25)는 여전히 뉴스메이커다. 그녀의 '놀라운 컴백'을 두고 대중음악계가 들썩인다. 데뷔 8년차 여가수지만, 그 이슈에 매스컴이 뜨겁다. 이런 스타급 가수가 많이 나와야 가요계의 건강한 성장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올 하반기 팝 시장의 빅뱅으로 손색이 없다.

4년 만에 들고 나온 새 앨범의 주제는 '복고 스타일에 대한 아길레라의 야심 찬 도전'으로 해석된다.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앨범 타이틀이 잘 말해주듯, 이번 3집은 옛 노래를 재현한 아길레라의 의미 깊은 결과물이다. 22곡이 수록된 더블 디스크의 콘텐츠는 의심의 여지없이 복고주의의 산물. 새 앨범이 기획하고자 했던 포커스가 여기에서 곧잘 드러난다.

태닝(tanning)을 한 백인 더티 걸에서 프리티 우먼으로 또 한차례 변신을 시도한 아길레라의 승부 근성은 의외로 매섭다. 이번엔 미국의 백인 중산층이 사랑하는 '금발의 미녀'로 돌아왔다. 언뜻 마릴린 먼로나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앨범 커버에 그 해답이 있다. 수록곡 내용의 축소판인 재킷 사진은 결국 '마돈나 스타일의 재발명'을 위한 장치로 쓰였다.

스피어스와 마찬가지로 포스트 마돈나 이미지는 그동안 수없이 봐왔기에 새삼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거울 것 같다. 수록곡 'Still dirrty' 때문만은 아니다. 화보집을 방불케 하는 앨범 속지에 뚜렷한 증거가 있다.

남성이라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핀업 사진과 대담한 포즈들. 그녀의 육감적인 바디 라인은 이미 '섹스'를 빼곤 그 어떤 대화도 불필요한 초기 마돈나의 전형적인 이미지다. 혹은 '섹스의 여신' 마릴린 먼로라면 또 어떨까.

듣는 즉시 뭇 남성의 아랫도리를 불끈 자극할 만큼 도발적인 노래 'Nasty naughty boy'에선 'Dirrty'의 연장전을 펼친다. 마치 스트립쇼의 요부처럼 “Come here, big boy”라는 속삭임으로 포문을 여는 이 곡을 들으면 야한 여성이 침대에 드러누워 한 남자에게 “날 안아줘!”라고 유혹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그 어떤 남자라도 이 노랠 듣고 그 유혹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이처럼 'Dirrty'가 의도한 섹스 연출이 일부 재연되고 있다. 농도가 진하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때론 속옷까지 벗을 줄 아는 여자가 진정 아름다운 여자”임을 아길레라 스스로가 강조하려는 것 같다.

결국 절반의 변신이다. 어느새 음반 기획자 남편을 둔 아내가 됐지만, 여전히 더티 걸이길 원하는 아길레라. 그녀는 신디 로퍼보다는 차라리 마돈나의 길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앨런 투산이나 버트 바카락 같은 거장에게 인정받길 바라는 노래를 한다. 3집이 표출하고 있는 두 얼굴이다. 그러나 전혀 창녀스럽지 않다. 아길레라의 섹스어필은 천박한 여성의 자태가 아니라, 신이 여성에게 준 가장 매력적인 선물로 비춰진다.

리드 싱글 'Ain't no other man'과 함께 음반의 핵심을 파고든 'Back in the day'는 1920~4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성격을 띤다. 아길레라는 “새 앨범에서 내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시대”라며 앨범을 제작한 뜻을 전한다. 그래서 그 당시 유행하던 빅밴드 시대의 스윙 재즈와 컨트리 블루스, 올드 소울과 스탠더드 팝이 유쾌하게 재해석되고 있다.

라벨의 대표곡 'Lady marmalade'와 유사한 'Makes me wanna pray', 부기우기 시대의 낭만을 부추긴 'Candyman', 베시 스미스의 아날로그 레코딩을 닮아 있는 블루스 곡 'I got trouble', 달콤한 포키(folky) 송 'Save me from myself' 등 낡은 LP에서 흐를법한 그 옛 소리샘의 구현은 아주 인상적이다.

그냥 듣는 것 자체가 재미다. 힙합/소울 리듬과 세련된 샘플링, 초기 R&B 그루브와 헤비한 베이스 라인으로 주도되는 첫 번째 디스크는 힙합 프로듀서 DJ 프리미어를 위시해 리치 해리슨, 마크 론슨의 공이 크다. 멜로디가 주는 감흥을 느끼고 싶다면 린다 페리가 공동 작곡했고 프로듀싱까지 맡은 발라드 넘버를 만끽하면 더 효과가 깊다.

무엇보다 이번 3집을 통해 아길레라의 보컬 기량은 이전보다 더 원숙해졌고, 완전히 무르익었다. 하늘 높이 치솟는 호쾌한 가창력은 '차세대 디바'의 기본적인 조건을 갖췄다. 그 작은 체구에서 파워풀한 창법을 거침없이 발휘한 발라드 곡들, 즉 'Welcome', 'Hurt', 'Mercy on me', 'The right man' 등은 전작의 히트곡 'Beautiful', 'The voice within' 같은 곡의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다. 그렇게 두 번째 디스크의 숨은 공로자는 이제 아길레라의 음악적 동반자가 된 린다 페리가 책임졌다.

따라서 좋은 곡들이 많다. 말 그대로 웰 메이드 편곡으로 주조됐고, 다수 곡들이 복고 풍 라이브쇼를 보는 듯한 활기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걸작이란 소리는 절대 아니다. 그러나 음반을 만든 주인공이 아길레라라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때문에 앨범의 매력 포인트도 여기서 절로 나온다.

어느덧 셀린 디온의 노래가 지루해졌고, 라이벌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댄스 음악에만 신음하고 있을 때, 아길레라는 지난 팝 역사를 재조명하는 '얌체 같은 노래들'로 자기 건재를 과시한다. 그 속에 빌리 할리데이와 더스티 스프링필드, 에타 제임스와 조니 미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에 그 놀라움은 배가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앨범은 아길레라를 거대한 팝스타의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획기적인 작품집으로 남을 것 같다. 또래 스타들인 스피어스와 제시카 심슨, 그리고 맨디 무어가 지금 어떤 노래를 하고 있는지 비교해본다면, 이 결과물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마돈나 시대 최후의 승자로 가는 길목을 선점한 쾌심작. 올해 가장 화려한 컴백 쇼다.

-수록곡-
Disc 1
1. Intro-Back to basics
2. Makes me wanna pray
3. Back in the day
4. Ain't no other man
5. Understand
6. Slow down baby
7. Oh mother
8. F.U.S.S.
9. On our way
10. Without you
11. Still dirrty
12. Here to stay
13. Thank you (Dedication to fans...)
Disc 2
1. Enter the circus
2. Welcome
3. Candyman
4. Nasty naughty boy
5. I got trouble
6. Hurt
7. Mercy on me
8. Save me from myself
9. The right man
김獨(quincyjon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