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듀엣이란 상반된 색깔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입니다. 대조가 핵심인데 그런 효과를 내려고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2006년 80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낸 첫 듀엣 앨범을 두고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과거 에이미 와인하우스, 레이디 가가와의 앙상블에서도 보여 줬듯 이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의 합작에서도 대조의 어울림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한다. 빨강과 파랑이 섞여 보랏빛을 연출하듯, 노신사의 완숙의 여유와 여가수의 팽팽한 에너지가 결합해 구축되는 발랄한 안정감은 여느 듀엣과도 차별화되는 요소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 부르는 토니베넷의 옛 음악’들은 현대성을 새로이 쟁취한다.
멋들어진 재해석에 기반한 고전 음악 발굴은 반갑다. 1948년작 영화 < 이스터 퍼레이드(Easter Parade) >의 테마곡인 ‘Steppin' out with my baby’는 토니 베넷에 의해 시대적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다. 1993년에 원곡의 싱어 ‘프레드 어스타이어(Fred Astaire)’를 트리뷰트한 앨범에서 커버되며 스탠더드 넘버의 반열에 올랐다면, 2012년엔 재지한 듀엣팝으로 탈바꿈되어 세련된 복고로 리턴즈 하는 식이다. 세 번째 듀엣 앨범 타이틀로 선정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의 하모니는 이미 5,6년 전 NBC 방송과 에미 시상식 무대에서 합동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주목할 것은 도무지 86세의 나이라고는 믿기 힘든 그의 보이스다. 원숙하고도 능청스러운 토니 베넷의 리드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가창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20년 전의 독창곡보다 더 힘이 넘치는 데는 생기발랄한 편곡의 방향과 여가수의 파워풀한 접근법도 한몫했겠지만 노익장을 과시하듯 에너지와 여유가 함께 농익은 토니 베넷의 내공 역할이 크다. 게다가 상대가 돋보일 수 있도록 노래의 자리를 내어주고 곁에서 유연하게 받쳐 주는 면모는 최고의 파트너로서의 그를 부각시킨다.
프로젝트성으로 시작한 콜라보레이션 앨범이 뜻밖의(?) 큰 성공을 불러 지난해에는 빌보드 1위를 꿰찼고, 세 번째 작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그와 목소리를 함께한 많은 후배 가수들의 참여와 문화계 전반에 걸쳐 불고 있는 레트로 현상의 수혜가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건 토니베넷이라는 이름을 건재하게 만드는 스스로의 능력에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자기 업데이트를 통한 현 세대와의 끊임없는 교류. 이는 ‘거장’이라는 수식이 넘치지 않음을 재차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