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이 앨범은 올해 4월21일 돌연사한 음악계의 영원한 왕자가 발표한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이자 통산 서른아홉 번째 독집이다. 아마 39라는 숫자가 그의 찬란한 음악생애를 가리키는 지표일지 모른다. 프린스(Prince)는 1978년에 첫 앨범을 낸 이래 38년 간 공식 활동을 했다는 점을 전제하면 해마다 한 장씩 스튜디오 독집을 팬들에게 건넨 셈이다. 그 왕성한 생산력은 놀라움을 넘는 경배의 심정을 부른다.
더 경이로운 것은 리즈 시절 이후에도 그 풍성한 생식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솔직히 프린스가 전미 싱글차트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거둔 것은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가 3위를 차지한 1994년, ‘I hate u’가 12위까지 오른 1995년이다. 20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다. 2000년 이후에는 단 한 곡도 톱40에 랭크되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그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신보를 공개했다. 이어 2014년까지 4년 정도 공백이 있었을 뿐 이후에 다시 신보발표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아마도 일반적인 음악인구는 프린스하면 먼저 예술성과 대중적 파장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1984년 앨범 < Purple Rain >과 1987년의 걸작 < Sign O' The Times >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운드트랙 < Batman >을 떠올릴 것이다. 그의 싱글 히트퍼레이드는 이후에도 한참동안이나 이어지지만 그의 팬 층인 베이비부머나 포스트베이비붐 세대에게 2000년대 들어 프린스라는 이름은 차츰 잊혀져갔다. 프린스에 대한 기억은 1980년대 중후반에 멈춰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프린스의 새 음원을 대하면 무조건 ‘When doves cry’, ‘Let's go crazy’, 록 팬을 다수 확보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명곡 중의 명곡 ‘Purple rain’ 그리고 ‘Kiss’, ‘U got the look’과 같은 곡들과 대조하려고만 했다.
그런 분들에게 프린스의 < HitnRun Phase Two >는 조금은 심심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의 나이 57세에 만들어 자신의 현재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그때그때 그가 추구해온 ‘팝 모델’에 충실한 인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해외 평단은 < Phase One >보다는 좀 더 재기에 넘치고 전혀 진부하지 않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고 그의 특장인 펑키(Funky) 감수성을 지킨 10년 만의 역작이라는 찬사를 보낸 평자도 있다.
다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Baltimore’, ‘Look at me. look at u’, ‘Black muse’ 등의 곡에 재즈적 터치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전에는 펑크 록(Funk Rock)의 분위기가 압도했다면 이번은 펑키 재즈의 냄새가 퍼져 있다고 할 수 있다. ‘Baltimore’가 처음 공개되었던 버전에서 혼(Horn) 섹션이 더해져 이 앨범에 수록되었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 죽음에 항거해 2015년 4월에 터진 볼티모어 폭동을 보고 만든 ‘Baltimore’는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는 것’이라는 프린스의 사회의식을 담은 앨범의 수작이다. 프린스의 인생 이력에서 1993년 ‘음반자본 워너 레코드사가 나를 노예로 취급한다!’며 녹음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름마저 거두어버린 그 반항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정의로운 악동’이었다.
앨범을 통해서 그런 불의에 참지 못하고 덤벼드는 ‘혁명아’라는 점은 물론 왜 그가 흑인감성의 결정체라고 할 ‘펑키 판타지’의 화신으로 일컫는지(마지막 곡 ‘Big city’ 한 곡으로 충분하다), 왜 그에게 예나 지금이나 언론과 팬들이 무조건 천재와 기인이라는 부러운 수식을 갖다 붙이는지를 절감하게 될 것이다. 과거에 비해 비록 에너지와 파괴력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그의 까칠함, 반(反)상투성, 젊음을 방불하게 하는 창의 스피릿은 조금의 퇴조를 모른다.
전성기에 여러 가수에게 인기곡을 안겨준 히트메이커답게 멜로디와 진행도 괜찮다. ‘2y. 2d’, ‘Look at me' look at u’, ‘Stare’, ‘Xtralovable’, ‘When she comes’ 그리고 2013년 싱글을 개작, 왕년의 파워가 느껴지는 ‘Screwdriver’ 등의 수록곡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린스 음악의 계승자로 평가받은 레니 크래비츠는 사망소식을 듣고 “나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느낌”이라는 헌사를 남겼다. 그의 음악을 공유한 모든 이들의 심정이 한가지다.
-수록곡-
1. Baltimore [추천]
2. RocknRoll love affair
3. 2 Y. 2 D. [추천]
4. Look at me, Look at u
5. Stare
6. Xtraloveable [추천]
7. Groovy potential
8. When she comes
9. Screwdriver [추천]
10. Black muse
11. Revelation
12. Big City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