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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nRun Phase One
프린스(Prince)
2015

by 임진모

2016.05.01

음악계의 영원한 왕자 ‘프린스’는 지난해 4년 만에 돌아오면서 < PlectrumElectrum >과 < Art Official Age > 라는 타이틀로 거푸 두 장의 신보를 냈다. 그리고 정확히 한해가 지나 다시 프린스는 신작을 가지고 롤백했다. 그 생산력은, 이제는 진부하지만 그렇다고 간과할 수 없는 전제, 즉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를 고려할 때 우리의 혀를 차게 한다. 음악적 회춘이 아닌 영원한 청춘이라고 해야 맞다.


2000년대 들어서 어느덧 14장의 앨범을 발표한 그 다산(多産)은 경이적 창의성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더 우리의 혼비백산을 자극하는 것은 그 창조적 위상이 앞으로도 후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신보에 1탄(Phase One)을 굳이 붙인 것은 2탄이 있다는 예고다. 기타 도나 그랜티스, 베이스 아이다 닐신, 드럼 한나 포드 웰튼 3인조로 구성된 백업 밴드 써드아이걸(3rdEyeGirl)은 옆에서 그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어메이징’, ‘슈퍼’ 등 경탄의 언어들을 쉴 새 없이 토해낸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이 나온다. 하나의 노래로 말이다. 몇 곡으로 불어날지 모른다.”


프린스의 주특기는 음반 전체뿐 아니라 한곡 내에서도 곡조와 템포, 진행과 관련해 연속적인 변화와 악센트를 부여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그가 지난 7월 온라인에 포스팅한 첫 번째 싱글 ‘Hardrocklover’가 증명한다. 3분43초밖에 되지 않는 러닝타임에 흐느낌, 부드러움, 절규, 웅얼거림 등 인간 감정의 다채로운 편린들이 속사포처럼 우리 귀에 달라붙는다. 패턴화를 거부하는 그는 도무지 가만있지를 못한다.


그러면서도 전체에 통일성을 구축하는 그의 설계는 기민하다. 무차별로 마구 바뀌는 것 같은데도 언제나 그 개개의 합, 이를테면 그 집합은 질서를 이뤄 안정적 청취를 유인하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큰 그림으로 보자면 난해함이나 어색한 분위기가 없다. 가령 ‘Mr Nelson’에서의 익숙하지만 인상적인 중간 기타 솔로는 곡의 조각조각, 부분 부분을 이어 결과적으로 커다란 하나라는 통일된 질서를 끌어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구성력이 그의 천재성이다.


프린스가 신보로 이룬 성과는 느린 곡이든 빠른 템포든 펑키의 리듬 탄력성, 써드아이걸의 말에 따르면 조금은 무질서해 보이는 듯한 개개를 뭉뚱그려 ‘슈퍼 펑키’의 감으로 전체를 빚어냈다는 점에 있다. 2014년 앨범 < Art Official Age >의 수록곡 ‘This could be us’가 부각되지 못한 것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은 것 같다. 신보에서 이 곡의 재해석은 우릴 또 다른 세계로 끌고 간다. 원곡을 뒤집어 마치 둔갑한 듯 철저히 새로운 작품으로 꾸며낸 이 곡은 심지어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기운이 살짝 감돈다.


슬로 잼 스타일의 ‘1000 x's & o's(kisses and hugs)’도 25년 전인 1991년 < Diamonds And Pearls > 시절에 써놓은 미공개 트랙을 다시 손본 케이스라고 한다. 이 곡은 다음 마지막 곡 ‘June’과 이어지면서 슬로 잼인 동시에 근래 ‘더 위켄드’, ‘프랭크 오션’, ‘미구엘’ 등에 붙은 장르인 피비알앤비(PBR&B)의 느낌이 없지 않다. 그가 더러 피비알앤비의 원조 급 아티스트로 언급되는 사정을 알만하다.


창작도 창작이거니와 현재 우리의 왕자는 재가공의 재미,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는 듯 보인다. 음악의 창의성 이전에 활기와 에너지가 떨어진 노장들에게는 하나의 귀감이 될 것 같다. 첫 곡 ‘Million $ show’부터 놀랍다. 음악9단이라 할 그의 ‘촉과 날’은 지금 인기차트와 시장을 지배하는 어떤 청춘스타의 것보다 날카롭다. 실험과 도전으로 일관하는 삶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써드아이걸은 “앨범은 저 옛날 < Purple Rain >의 사운드를 듣기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프린스가 뭘 말하고자 하는가를 귀 담아 듣는 팬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작 < PlectrumElectrum >과 비교하자면 록의 맛은 조금 줄어든 점이 있지만 여전히 그의 음악에는 펑크, 록, 알앤비, 소울, 힙합, 댄스 팝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장르들의 요소가 미국의 정체성으로 상징되는 ‘샐러드 보울’처럼 뭉개진 듯하나 살아있다. 타이틀이 ‘히트 앤 런’인 이유는 근래 콘서트 날짜를 당일에 발표하는, 그의 게릴라 콘서트 방식을 가리킨다고 한다. 써드아이걸의 한나 포트 웰튼의 남편이자 디제잉 아티스트인 조슈아 웰튼(Joshua Welton)과 함께 전곡을 공동 작사, 작곡했고 공동 프로듀스했다. 프린스의 38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모든 의미가 그 숫자에 있다.


-수록곡-

1. Million $ show [추천]

2. Shut this down

3. Ain't about 2 Stop" (featuring Rita Ora)

4. Like a Mack (featuring Curly Fryz)

5. This Could B Us [추천]

6. Fallinlove2nite

7. X's face

8. Hardrocklover [추천]

9. Mr. Nelson (featuring Lianne La Havas) [추천]

10. 1000 X's & O's

11. June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