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충격과 함께 다가왔다. 그것도 아주 외설적인 충격과 함께. < Dirty Mind >에서 아티스트가 발산하는 성적(性的) 매력은 농염함의 지점을 지나 음란함의 자리에까지 도달했다. 음반의 오프너 'Dirty mind'를 통해 어디에서든, 주위에 누가 있든 난 단지 너를 눕히길 원한다고 운을 떼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Do it all night'에서는 밤새 '이 짓'을 하고 싶다며 계속해 노래한다. 사운드와 텍스트가 어우러져 낳은 이 야릇함은 더 나아가, 여자형제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Sister'를 거치며 문란함으로 변하고, 속어를 동원해 구강성교를 나타낸 'Head'를 통과하며 난잡함으로 바뀐다. 작품 위에서 프린스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로맨스의 설렘보다는, 말초신경 다발이 전달하는 자극의 아찔함, 쾌락의 너절함에 가까이 닿아있다.
금기라는 이름을 달아 사회 윤리가 덮어놓고 숨겨왔던 담론을 꺼내어 프린스는 앨범의 주제로 삼는다. 가릴 것만 가까스로 가려놓고 찍은 사진을 커버 아트로 내놓은 이 아티스트의 속은 이미 추잡한 마음((a) dirty mind)로 가득 차있다. 거의 다 벗다시피 한 사내가 교성 섞인 가성의 보컬로 하룻밤을 속삭여대는 가운데서 연상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뭐가 더 있을까. 첫 번째도 섹스, 두 번째도 섹스, 마지막도 섹스다. 펑키한 댄스 사운드 위에서 반전(反戰)을 멋지게 외치는 'Partyup'과 같은 곡이 있음에도 성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음반의 전반의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간 사랑에 대해 아련하게 노래하는 'Gotta broken heart again'마저도 은근하게 '관계'와 '행위'에 사로잡혀있다. 이쯤 되면 상상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내는 아티스트의 행동이 용감해 보이기까지 한다.
< Dirty Mind >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으로 가득 차있다. 대놓고 써 내린 성적 텍스트는 관음의 욕구에 불을 지핀다. 음탕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주는 이 쾌감은 이윽고 터부를 깨는 아티스트의 대담한 태도가 주는 또 다른 쾌감과 뒤섞여 최대 출력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력은 활자의 단위에서 그치지 않는다. < Dirty Mind >로 넘어오며 프린스가 행한 사운드에서의 변화 또한 상당한 흥미와 함께 적잖은 흡인력을 발생한다. 기존의 펑크(funk), 디스코, 소울의 밑바탕에 아티스트는 뉴웨이브의 특성을 끌어와 보다 색다르고 독특한 컬러를 만들어냈다. 드럼 비트와 공격적인 신시사이저 리프로 장식한 'Dirty mind'의 인트로는 앨범의 첫머리에서 사운드 변이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증표다. 과감한 신스 리프로 포문을 여는 'Do it all night'과 파워 팝의 특징이 들어서기도 한 'When you were mine'에도 뉴웨이브의 진한 영향이 묻어난다.
모든 음악적 양분이 한 음반에서 제대로 혼합됐다. 펑크와 디스코의 그루비한 댄스 리듬, 소울의 끈적끈적한 사운드 위에 뉴웨이브의 신스 라인이 올라타면서 근사한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갖은 스타일이 여러 갈래로 교차하고 있음에도 개개 요소의 빛이 결코 바래지 않는다. < For You >와 < Prince >에서 미리 보였던 기존의 알앤비 컬러도 고스란히 울리고 있고 새로이 가져온 뉴웨이브의 컬러도 곳곳에서 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앞서 언급한 'Dirty mind'와 'When you were mine' 뿐 아니라 기타, 베이스, 드럼,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미니멀하게 조합한 뉴웨이브 시대의 펑크-디스코 'Uptown'과 'Head' 역시 훌륭하며 펑크 특유의 사운드을 잘 살린 댄스 튠 'Partyup'과 스트레이트한 록 트랙 'Sister' 또한 좋다. 그 사이사이를 오가는 멜로디들은 또 어떠한가. 간결하게 끊어낸 캐치한 선율들은 버스와 코러스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며 모든 곡을 소구력 높은 팝 넘버들로 만들어낸다.
지난 두 앨범으로 앞날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천재의 역량은 디스코그래피의 세 번째 순서에 이르러 무시무시한 작품을 내거는 데 성공한다. 리비도에 충실한 시각으로 충격을 던지고 펑크, 디스코, 알앤비, 뉴웨이브의 감각적인 혼합으로 감탄을 이끌어내는 데다 끊임없이 귀를 잡아당기는 팝 멜로디들로 환호를 유도한다. 그 무엇 하나 떨어지는 지점이 앨범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가득 차다 못 해 흘러넘치기까지 하는 창작력으로 프린스는 새로운 1980년대의 첫 자락에서 10년을 대표할 명작을 만들어냈다. 이 마스터피스는 대중들에게는 새 시대의 천재 음악가이자 섹스 심벌의 존재를, 후대의 아티스트들에게는 끝 모를 영향을, 프린스에게는 독자적인 영역을 선물해줬다.
-수록곡-
1. Dirty mind [추천]
2. When you were mine
3. Do it all night [추천]
4. Gotta broken heart again
5. Uptown
6. Head [추천]
7. Sister [추천]
8. Partyup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