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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 레인 (Purple Rain)
프린스(Prince)
1984

by 김진성

2009.11.01

흑인적 백인스타 에미넴(Eminem)이 영화 <8마일>(8Miles)로 근래 각광받은 것과 같이, 이미 오래전 백인적 흑인스타의 천재성을 실현한 프린스(Prince)는 뮤직비디오타입 영화 <심홍색 비>(Purple Rain, 1984)로 세계인의 머리에 각인되었다.

록스타 프린스(Prince)는 미니애폴리스를 무대로 자신의 출신배경에 근원한 인물을 연기한 장편영화 <심홍색 비>(Purple Rian)를 통해 영화계에서 첫 공연무대를 열었다. 이 한 편으로 그는 쉽게 잊히지 않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알다시피 영화가 펼쳐지는 미니애폴리스는 19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작사/작곡 듀오 지미 잼 해리스(Jimmy Jam Harris)와 테리 루이스(Terry Lewis)의 음악적 근거지로도 유명한 곳.

필름은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음악으로 탈출구를 마련하는 청년이 스타급 지위에 오르기까지 그 사이에서 혼재하는 수많은 심리적 요인들과 한 여인들 두고 벌이는 로맨스를 드라마적 구조로 담아냈다. 물론 그 핵심은 두말할 필요 없이 프린스와 백밴드 레볼루션(Revolution)이 펼치는 정열적이고 에로틱한 공연무대다.

실로 <심홍색 비>(Purple Rain)는 대단한 영화가 아니지만 굉장히 멋진 쇼, 록 뮤지컬이다. 필적하기 어려운 음악적 재능과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성적매력을 과시하는 25세의 프린스의 음악영상, 1980년대 한 획을 그은 최우수 사운드트랙을 관통시킨 반항의 드라마다. 대사나 연기는 차치하고라도 최고의 콘서트 중 하나를 포착한 영상기록이다.

영화는 당대 음악계의 진수를 그리고 화려하고 생기 있는 프린스의 페르소나를 정말 잘 포착했다. 배우이자 연주자로서 출연한 프린스의 팬들이라면 능숙하게 잡은 음악적 장면들에 빨려들 뿐만 아니라 음악만 뽑아 담아낸 사운드트랙앨범에도 대단히 만족스러워 할 것이다.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감독 알버트 매그놀리(Albert Magnoli)는 프린스로부터 순수하고 매력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관능적이거나 호색적인, 남녀양성의 특색이 혼재하는 그의 매력은 공연무대에서 만큼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 프린스와 연계된 음악적 앙상블 타임과 베니티 6의 조연 또한 영화의 본질을 강화하고 장면의 흐름에 리듬감을 실어준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주인공의 연인 아폴로니아 코테로의 등장 또한 음악적으로 편재하면서 극의 짜임새에 설득력을 준다.

로커를 위한 음악적 영상수단은 한 젊은 친구 “키드”(프린스 분)에 대한 통속적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놓는다. 허구한 날 술에 취해 어머니(올가 칼라토스 분)를 때리는 폭력부친(클라렌스 윌리엄스 3세 분)에 대한 분노와 불안으로 지하실에 스스로를 유폐하지만 오직 음악을 통해 굴레를 벗어나고 괜찮은 연인을 만나 결국 더 좋은 뮤지션이 된다는 지극히 지당하고 자성적인 리얼 스토리.

아버지의 자살시도는 결정적으로 키드가 자신의 음악과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감정적 정화의 매개로 작용하고 영상은 기쁨에 찬 미니콘서트로 마무리된다. 성적으로 여실한 음악의 비유적 묘사로 유명한 프린스가 공연하는 대개의 곡들은 영화에서 비교적 수위가 약한 편이다. 영화에 삽입된 가장 에로틱하고 음란한 공연장면 중 하나임에 분명한 전위적 성애의 질주 'Darling Nikki'는 예외적이지만 그의 표준설정에 따르면 확실히 노골적인 음란성을 누그러트렸다.

프린스(Prince), 타임(The Time), 아폴로니아 6(Apollonia 6) 그리고 덱스 딕커슨(Dex Dickerson)에 의한 콘서트 장면들은 뮤직비디오를 보듯 생생하고 성대히 구현된다. 현란한 심홍색 스모키 조명의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 촬영은 선정성을 더욱 강렬하게 뿜어낸다. 거기에 지금 못지않게 박력 있는 사운드믹스가 객석의 분위기를 들썩이고 춤추게 만든다.

'I would die 4 u', 'Baby I'm a star'와 같은 노래들을 특징으로 특히 마지막콘서트에서 주제가 'Purple rain'으로 흥분과 자극의 뮤직쇼에 방점을 찍는 순간은 압권. 공연의 절정으로 치닫는 마지막 순간에 지금까지 키드를 둘러싸고 벌어진 모든 극의 부정적 요소들은 음악으로 치유되고 포용된다. 키드는 공포와 분노로 대했던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폴로니아는 키드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모든 부정적 요인들이 눈 녹듯 일순간에 녹아내린다.

결국 종국에는 음악, 에너지, 감격과 흥분의 절정을 안겨준 프린스의 공연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20년 이상의 세월을 초월하고도 여전히 공연무대에서 뜨거운 기량을 발휘하는 프린스의 원류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맥락의 자전적 음악영화 <8마일>(8miles)의 에미넴(Eminem)이 21세기의 흑인적 백인스타로 공인됐다면 20세기에는 <심홍색 비>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만능재주꾼 프린스가 있었음을 이 한 편의 영상 그리고 음악으로 확신하게 될 것이다. 극적으로 다소 어설프고 성긴 구석이 있긴 하지만 보는 재미나 듣는 재미에서 사실 <퍼플 레인>이 더 낫지 않을까.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