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리는 모순적이다. 아픔의 상처로 위로가 시급할 때, 본능은 오히려 깊은 시름에 빠뜨리는 우울한 음악을 찾고, 분노로 흥분을 가라앉혀야할 상태에도 귀를 헐뜯는 거친 음악을 원한다.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온 눈바람이 텅 빈 가슴 한편을 시리게 채우는 12월, 이런 심리를 정확히 읽은 브로콜리 너마저가 아이러니한 만족을 준다.
도로 위를 지나가는 차, 귀를 때리는 바람 그리고 연인들로 뒤섞인 거리를 홀로 걷는 효과음으로 시작하는 음악은 이별 뒤의 미련과 미안함이 담담한 덕원의 보컬로 채워진다. 함께해서 행복했던 추억 중에 하나만 기억해달라는, 안 좋았던 모든 일은 자신이 기억하겠다는 짧은 이야기를 덤덤하게 반복하지만 헤어짐을 맞이하는 본 모습은 다르다. 이펙터의 힘을 잔뜩 빌린 후반부의 기타 솔로는 속으로 절규하며 체감온도를 낮춘다.
은은히 새겨지는 멜로디 라인과 이를 부드럽게 감싸는 기타와 건반 그리고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곡 구조는 음악적으로 탄탄한 짜임새를 완성시키며 높은 감정 이입까지도 성공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