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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2010

by 임도빈

2010.11.01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행복해야 해'라는 껍데기만 남은 기원은 바로 다음 소절에서 뜨거운 의미를 회복한다.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무대연출용 이미지화에 치중한 언어로 노랫말을 채우고 있는 가요계의 상황에서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은 음악을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사랑과 일상을 다루던 전작과 달리 두 번째 앨범의 대표곡은 시대를 드러내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생존경쟁에 매달리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기교를 첨가하지 않은 덕원의 음색으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어두운 사회상을 조명하는 것은 가치 있는 작업이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상황적 특수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타성에 젖은 푸념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도빈(do335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