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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etsⅡ
토니 베넷(Tony Bennett)
2011

by 임진모

2011.10.01

고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호흡을 고른 'Body and soul'을 들으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가창의 느낌이 아니라 그 따스한 '신구' 융합 하모니와는 전혀 다른 상식의 현실 때문이다. 85세의 '구'는 살아 있지만 스물일곱 살의 '신'은 세상을 떠나고 없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마지막 생전 레코딩이라는 안타까움보다는 신구가 뒤바뀐 이 싸늘한 기분이 귀를 감아 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역시 겁 없이(어른이 있건 말건) 그 특유의 콘트랄토와 큰 성량을 가지고 차분한 곡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이건 함께 수록된 곡 'How do you keep the music playing'에서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의 장대한 포효에 맞먹는 그야말로 호연지기다. 빈티지 소울의 국제적 선두답다. 'Body and soul'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절감한다. 그의 죽음이 음악계의 거대한 손실이라는 것을.

토니 베넷의 85세 생일을 기념해 만든 이 앨범은 기획의 측면에서 특기할 것은 없다. 이미 5년 전인 2006년에 80세 생일을 맞아 후배와의 컴필레이션 < Duets > 앨범을 냈다. 그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 3위에 오르는 히트가 아니었더라면 이 속편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과와 가치는 전작 이상이다.

먼저 빌보드 앨범 정상을 쾌척했다. 생존 최고령 아티스트의 앨범 1위라는 역사적 전리품 외에 이로써 가장 앨범 차트에서 오랜 기간 등장한 인물이 됐다. 싱글 'Body and soul'의 순위는 87위로 부진했지만 역시 토니 베넷으로 하여금 앨범 부문에서와 같은 신기록(생존 최고령 아티스트의 빌보드 Hot 100 진입과 최장 기간 활동)을 선사했다. 토니 베넷으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영예와 포상이다.

토니 베넷이란 묵직한 이름이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듀엣 파트너의 화려한 라인업도 그에겐 형언할 수 없는 영광이다. 슈퍼스타 후배들 - 셰릴 크로우, 노라 존스, 레이디 가가(앨범에서 'The lady is a tramp'로 가장 우수한 협동을 실현했다), 존 메이어, 마이클 부블레, 캐리 언더우드, 케이디 랭, 조시 그로반, 페이스 힐 등-이 총출동했다. 아레사 프랭클린, 윌리 넬슨, 나탈리 콜은 앨범에 외적 품격을 높이고 있으며 안드레아 보첼리와 라틴 최고 인기가수 알레한드로 산즈(Alejandro Sanz)의 존재는 토니 베넷의 넓은 표현영토를 확인시켜준다.

토니 베넷한테 경이로운 부분은 그 나이에도 꺾이지 않은 에너지 중량이다. 힘을 잃지 않았기에 'Blue velvet'의 그 여유로운 호흡과 'This is all I ask'의 고음역이 가능한 것이다. 한마디로 나이 먹어 떨어진 힘을 감안해 참아줘 가며 듣는 앨범이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성공한 앨범이다. 마치 50대, 60대의 토니 베넷 앨범 같다.

그 시절의 앨범과 다른 게 있다면 파트너가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너그러움일 것이다. 이 때문에 'Speak low'에서 노라 존스와 'It had to be you'에서 캐리 언더우드는 자신의 레코딩보다 더 매력적인 음색과 필을 구사한다.

토니 베넷으로선 선배가수인 고 프랭크 시내트라가 조금 부럽지 않다. 실은 이번 앨범의 벤치마킹 모델이 프랭크 시내트라로, 그는 1993년과 1994년 연속 < Duets >, < DuetsⅡ >를 발표했었다. 이제 그는 프랭크 시내트라와 똑같은 레전드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귀감의 앨범, 감동의 앨범이다.

-수록곡-
1. The lady is a tramp with Lady Gaga [추천]
2. One for my baby with John Mayer
3. Body and soul with Amy Winehouse [추천] 
4. Don't get around much anymore with Michael Buble
5. Blue velvet with k.d. lang [추천]
6. How do you keep the music playing with Aretha Franklin
7. The girl I love with Sheryl Crow
8. Sunny side of the street with Willie Nelson
9. Who can I turn to with Queen Latifah
10. Speak low with Norah Jones [추천]
11. This is all I ask with Josh Groban
12. Watch what happens with Natalie Cole
13. Stranger in paradise with Andrea Bocelli
14. The way you look tonight with Faith Hill
15. Yesterday I heard the rain with Alejandro Sanz
16. It had to be you with Carrie Underwood [추천]
17. When do the bells ring for me with Mariah Carey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