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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오와 줄리엣 (Gnomeo & Juliet)
엘튼 존(Elton John)
제임스 뉴턴 하워드(James Newton Howard)
2011

by 김진성

2011.04.01

땅속요정(gnome)하면, 연령대별 경험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파란색의 작고 귀여운 만화캐릭터 스머프를 바로 떠올리는 이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노미오와 줄리엣>(Gnomeo&Juliet)에 등장하는 땅속요정석상들은 영 딴판, 척 보기에 별로 정 안가는 외모에 초소형 땅딸보들이다. 고깔모자에 덥수룩한 수염투성이의 난쟁이요정들은 “마성의 3등신 폭풍간지”라 할 만큼 땅딸막한데다 툭 튀어나온 똥배까지, 단신에 배불뚝이 아저씨와도 같은 비 호감의 전형.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일곱 난쟁이를 언뜻 연상케 하기도 하는 이들 캐릭터들은 숲 속의 녹색괴물 “슈렉”에 결코 뒤지지 않을 또 다른 애증의 만화캐릭터 탄생이라 할 만하다. 피리와 낚싯대를 연관검색어로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것도 땅꼬마요정들의 특징! 산타클로스의 초박형처럼 보이는 이들은 온순해 보이는 겉보기와 달리 주인인 인간과 같이 앙숙지간으로 변해가면서 성깔있는 기질을 표출한다.

<노미오와 줄리엣>은 놀랍게도 비극적인 로맨스를 다룬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구조를 고대로 옮겼다. 그 위에 정원을 장식한 3등신 인형들을 주요등장인물들로 다시 형상화하면서 원작을 신랄하게 비튼 패러디물 특유의 기발하고 코믹한 판타지의 양식적 재미로 재가공해냈다. 인간이 자리를 뜨기만 하면 생명력을 갖는 인형들이란 점에서는 <토이 스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바로 주옥같은 고전명곡들과 신곡으로 명쾌한 감흥을 주는 엘튼 존(Elton John)의 음악성. 켈리 에스베리(Kelly Asbury)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또한 명망 있는 배우들이 대거 음성출연으로 동참해 더더욱 청각집중. 요즘 흔한 말로 100%의 싱크로율로 오락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미오 역에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 줄리엣 역에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를 위시해 줄리엣의 아버지 레드브릭 역에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 단순 무식 과격한 레드가의 행동대장 티볼트에 제이슨 스태덤(Jason Statham), 노미오의 모친 레이디 블루버리 역에 매기 스미스(Maggie Smith), 그리고 잔디깎기 머신 종결자 테라퍼미네이터 역에 헐크 호간, 패트릭 스튜어트(Patrick Stewart), 줄리 월터스(Julie Walters) 등이 제각기 목소리로 장기자랑을 펼치며 두 남녀주인공의 뒤를 든든히 뒷받침한다. 게다가 록의 거성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깜짝 등장으로 관심증폭.

매혹적인 선율과 흥겨운 록 비트를 기막히게 다룰 줄 아는 팝과 록의 거장 엘튼 존이 음악을 맡은 데 이어 오지 오스본의 음성출연으로 음악팬에게는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알다시피 엘튼 존은 <라이언 킹>(Lion King)과 <엘도라도>(The Road to El Dorado)에 각각의 영화만을 위한 곡을 작곡해 제공한 전력의 소유자. <라이언 킹>에선 오스카와 그래미를 동시에 호령한 대단한 전력이 있다. 1999년에는 로맨틱 코미디 <뮤즈>(The Muse)에 극히 관례적이지만 썩 좋은 스코어를 써 넣기도 했다. <노미오와 줄리엣>에서 그는 세 갈래의 음악을 영화에 적용했다. 공전에 히트를 기록한 몇몇의 기존 명곡들을 재활용하고 이번 작품을 위해 특별히 두 곡의 노래를 새로 쓴 한편 스코어에 자신의 노래들을 녹여 오케스트라로 연주해냈다. 버니 토핀(Bernie Taupin)과 환상적 작곡궁합을 과시하던 시절의 명곡들을 다시 영화 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넬리 퍼다도(Nelly Furtado)가 다시 부른 'Crocodile rock'은 명랑쾌활한 원본 록의 흥겨움을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일렉트릭 록 비트를 가미하고 두 명가수가 호흡을 맞춰 약간 독특하게 재구성했다.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 'Don't go breaking my heart', 'Your song', 'Rocket man', 'Tiny dancer', 그리고 'Bennie and the jets'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정말 대단한 명곡들이다. 존의 음악팬들이라면 이 곡들이 나오는 순간 반색하게 될 것이다. 정원의 꼬마요정들과 함께 하는 엘튼 존의 노래들로 인해 행복지수는 두 배! 레이디 가가와 함께 쓴 노래 'Hello hello'는 엘튼 존이 부른 버전도 감성적으로 포근하게 다가와 좋지만 요즘 세대 팝팬들에겐 레이디 가가의 피처링에 더 귀를 쫑긋 세울 것이다. 두 난쟁이들의 사랑을 위한 원기왕성 경쾌한 곡조의 노래다. 다른 신 곡 'Love builds a garden'은 서정적인 피아노선율과 원예테마를 가진 멋진 발라드, 매우 기분 좋은 감동을 자아낸다.

초 단신 3등신 인형들의 로맨스, <로미오와 줄리엣>과 <토이 스토리>를 결합해놓은 <슈렉 2>의 켈리 에스버리 감독 특유의 상상마당에 스코어는 크리스 베이컨(Chris Bacon), 명 영화음악작곡가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의 제자로 입문한 그는 <킹 콩>(King Kong), <레이디 인 더 워터>(Lady in the Water),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와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와 같은 하워드의 작품들에 관현악편곡, 지휘, 신서사이저프로그래머 그리고 기술적 자문으로 동참했다. 만화영화 <스페이스 침스>(Space Chimps)와 <알파 앤 오메가>(Alpha&Omega)를 혼자서 성공적으로 해내기도 했다.

베이컨과 하워드의 스코어는 효과적으로 사실상 몇몇 엘튼 존의 노래들의 멜로디를 스코어의 구조에 멋지게 결합해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편곡해낸 것. 네 곡의 스코어 'Gnomeo and Juliet', 'Dandelions', 'Bennie and the Bunnies' 그리고 'Terrafirminator'는 사실상 'Spot the song'을 매우 신나고 재미있게 연주한다. 'Rocket man'과 'Tiny dancer'의 변주는 변덕스러운 오프닝 큐에서 나타난다. 'Bennie and the Bunnies'는 'Bennie and the jets'와 'I'm still standing'의 활발한 연주를 특징으로 내포한다.

한편 요란하고 거친 'Terrafirminator'는 거칠고 야성적인 칼 스탈링(Carl Stalling)스타일 액션 시퀀스가 펼쳐질 때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상케 한다. 이 곡의 일부는 적절한 액션사운드의 질료들을 내포한다는 면에서 매우 감명 깊다. 또한 부분적으로 이는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윌로우>(Willow) 스코어를 불러낸다. 현악군의 공격적인 리듬, 셋잇단음 관악연주, 분발시키는 트럼펫 호출, 밝고 경쾌한 합창, 우르릉거리는 타악리듬, 심지어는 박진감을 더하는 전기기타가 결합 구성된 소리의 음형이 큐의 막바지로 향하면서 뚜렷이 나타나는 대목에서 그러하다.

존의 고전 명곡에서 뽑아낸 선율들이 연주되지 않을 때 음악은 통상 가볍고 무난하다. 매력적인 오케스트라 선율, 마법적 느낌과 다량의 정감 있고 쾌활한 믹키 마우스 액션 사운드를 수반한다. 춤추는 스트링, 경쾌한 목관악기, 하프와 차임벨 소리를 특징적으로 결합한 미키 마우징 액션사운드는 오케스트라를 더욱 기발하게 활용한 예로 뛰어나다. 가장 주목할 만하게 'Dandelions'는 특히 사랑스러운 연주를 들려준다. 새 노래 'Love builds a garden'의 멜로디를 어쿠스틱기타로 연주했다. 밝고 가벼운 합창이 반주와 화음을 이루는 배경사운드는 실로 매우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Your song'의 위풍당당한 연주로 치미는 후반부는 절정의 화창한 미감을 전한다. 뉴튼 하워드의 조력을 받은 베이컨은 오케스트라의 전면에서 풍부한 자기 사운드를 내고 그와 같은 방식에서 엘튼 존의 노래들을 능숙하게 편곡해 융화해냈다. 둘의 공작은 제각기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기보다 서로 매우 유기적이어서 자연스러운 감동을 준다. 사제지간의 뛰어난 호흡에서 베이컨의 더 큰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노미오와 줄리엣>은 전통적인 스코어를 바라는 추종자들에게는 반감을 살지도 모르지만 제임스 뉴튼 하워드와 베이컨의 적절한 스코어링이 멋지게 배합돼 신세대 음악팬들에게 앨범으로 어필할 소지가 크다. 엘튼 존의 팬들에게는 빼어난 선율감과 흥겨운 록비트를 가진 그의 기존의 명곡들과 새 노래들을 접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 노래들을 배경 스코어에 재치 있고 재미있게 결합해낸 베이컨과 하워드의 기발한 재능을 곁들여 감지할 수 있어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닐 수 없다. 매우 캐치한 디즈니 고전명곡 'The Tiki, tiki, tiki room'이 귀에 걸릴 때 즈음이면 신구의 균형을 이룬 버라이어티 사운드 쇼에 한층 기분이 들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록곡-
1. Hello Hello 안녕 안녕 (작사 작곡: 엘튼 존 Elton John, 스테파니 저마노타 Stefani Germanotta, 버니 토핀 Bernie Taupin, 연주: 엘튼 존 Elton John)
2. Crocodile Rock 크로커다일 록 (작사 작곡: 엘튼 존 Elton John과 버니 토핀 Bernie Taupin, 연주: 넬리 퍼다도 Nelly Furtado 피처링 feat. 엘튼 존 Elton John)
3.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 토요일 밤은 싸우기에 괜찮아 (작사 작곡: 엘튼 존 Elton John과 버니 토핀Bernie Taupin, 연주: 엘튼 존 Elton John)
4. Don't Go Breaking My Heart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떠나지 말아요 (작사 작곡: 엘튼 존 Elton John과 버니 토핀Bernie Taupin, 연주: 엘튼 존 Elton John과 키키 디 Kiki Dee)
5. Love Builds a Garden 사랑의 정원 (작사 작곡: 엘튼 존 Elton John과 버니 토핀 Bernie Taupin, 연주: 엘튼 존 Elton John)
6. Your Song 너의 노래 (작사 작곡: 엘튼 존 Elton John과 버니 토핀 Bernie Taupin, 연주: 엘튼 존 Elton John)
7. Rocket Man 로켓 맨 (I Think It's Going To Be A Long, Long Time) (작사 작곡 Elton John and Bernie Taupin, 연주 Elton John)
8. Tiny Dancer 자그마한 무희 (작사 작곡: 엘튼 존 Elton John과 버니 토핀 Bernie Taupin, 연주: 엘튼 존 Elton John)
9. Bennie and the Jets 베니와 제츠 (작사 작곡: 엘튼 존 Elton John과 버니 토핀 Bernie Taupin, 연주: 엘튼 존 Elton John)
10. Gnomeo and Juliet 노미오와 줄리엣
11. Dandelions 민들레
12. Bennie and the Bunnies 베니와 허비들
13. Terrafirminator 테라퍼미네이터
14. The Tiki, Tiki, Tiki Room 티키, 티키, 티키 룸(작사 작곡: 리차드 엠. 셔먼 Richard M. Sherman과 로버트 비. 셔먼 Robert B. Sherman, 연주: 왈리 보그 Wally Boag, 퓰턴 벌리 Fulton Burley, 썰 레이븐스크로프트 Thurl Ravenscroft와 멜로멘 The Mellomen)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