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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 (Salt)
제임스 뉴턴 하워드(James Newton Howard)
2010

by 김진성

2010.08.01

전속력 액션무비의 진수를 또 한 번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 <솔트>(Salt)는 정말이지, 죽이는 스릴러물이다. 보면서 <본 아이덴티티>부터 이어진 “제이슨 본” 시리즈를 자동연상하게 될 것이다. 시종 뛰고 달리고 도약하고 치고 박고 쏘고 갈기고 폭파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아드레날린 액션의 무한도전을 보여준다. 나쁜 선례를 남긴 영화들에서 견디기 어려웠던 단점들을 모두 보기 좋고 아주 멋지게 날려버린다. 빈 수레가 요란한 겉치레 액션물로 관객들을 실망시킨 감독들을 호통하듯 “100분 쇼”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관객의 이목과 심리를 원격조종한다.



근사하고 통쾌하며 장대한 시청각적 전개로 관객을 “훅”가게 만드는 흥미만점의 영화지만 물론 허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이야기에 가속도를 붙이자니 다소 불합리한 요인들이 발견된다.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물리적 장면들이 법칙을 무시하거나 위반한 형태로 펼쳐지면서 상식이나 규범적 사고를 중지시킨다. 솔트와 일심동체한 안젤리나 졸리는 전력질주 도주하고 동해 번적 서해 번적 신출귀몰하듯 수사망을 유연하게 빠져나가면서도 두려움에 주저하거나 잠시라도 재고하지도 않는다. 가차 없이 실행에 옮기고 본다. 그녀 앞에 불가능은 없어 보인다. 마지막 장면, 헬기에 뛰어내릴 때에서야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하는 순간을 가질 뿐이다.

알다피시 졸리는 미모의 여배우. 두말하면 잔소리 세말하면 군소리다. 원톱 액션의 절정을 선사하는 그녀의 자태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왜 비싼 배우인지 감지하기 어렵지 않다. 영화는 드라마와 액션이 공존하는 이야기의 장면이 전개되는 동안 내내 그녀의 얼굴부터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찬사를 보낸다. 더불어 첩보원 솔트로 변신한 졸리의 놀라운 운동신경과 차량과 총기 등 기계나 장비를 다루는 광범한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아무나 그녀처럼 고공점프를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간 발목을 접질리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딱 죽기 십상이다.



암호명 KA-12, 본명 첸코프인 솔트의 신기에 가까운 탈출 및 도주액션의 근간은 이동의 예술, 파쿠르(Parkour)에서 비롯된다. 파크루는 간략히 PK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쿠르는 육체적 정신적 훈련이고 이동기술이며 움직임의 철학이다. 파쿠르의 움직임의 철학은 인간이 긴급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동안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망하는데 기초를 두고 있다. 조지 허버트(George Herbert)의 'Parcours du combattant'(오늘날 군대 유격훈련)에서 따온 파쿠르는 '투사를 위한 코스'를 의미한다. 프랑스 액션영화 <야마카시>(Yamakasi)도 그 훈련의 기원요소 중 하나. 도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울타리, 벽, 건물, 출입문과 지붕들 등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지형지물들을 이용해 위급한 상황이나 시점에서 벗어나는 이 기술은 영화에서 졸리에 의해 멋지고 완벽하게 구현된다. 어떤 면에서 걷고 뛰는 솔트의 운동성은 <롤라 런>(Run Lola Run)의 여주인공과 견줄만한 활기를 분출한다.

임무를 수행하는 비밀요원이자 남편이 있는 여자로 인간적으로 갈등하는 그녀는 핵무기로 인한 공멸의 위기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단독결정하는 캐릭터로서 다소 황당무계하게 상황을 돌파하지만 그에 맞춰 벌어지는 여러 가지 설정은 순수한 오락적 재미로 받아들이면 무난하다. 각각의 뜻밖에 “깜놀” 설정은 곧 추격 장면을 연계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러시안 스파이 에블린 솔트는 도피불가나 철옹성 같은 활동무대를 연달아 탈출하거나 침입한다. 폭파전문가이기도 한 그녀는 총기와 수류탄, 수제 유탄발사기 등을 이용해 대적하기도 허나 거의 결정적인 순간엔 맨손 액션, 백병전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근거리 격투기의 명수다. 여러모로 에블린은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의 영역을 넘나드는 모든 액션을 소화해낸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나 <본 아이덴티티>를 위시한 “본” 시리즈를 따라서 연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중앙정보부(CIA)요원으로서 북한의 지하 감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미국으로 송환되고 결말을 향해 액션여전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리브 슈라이버(Lieve Schreiber)와 치웨텔 에지오포(Chiwetel Ejiofor)가 중대한 조역으로 영화에 힘을 보탰다. 연기력 갖춘 멋진 주, 조연들과 함께 영화를 연출한 필립 노이스(Phillip Noyce)는 호주출신 감독으로 톰 클랜시(Tom Clancy) 원작 영화 <패트리어트 게임>(Patriot G믇, 1992)과 <긴급명령>(Clear And Present Danger, 1994)로 유명해졌으며 졸리와는 <본 콜렉터>(Bone Collector, 2000)에서 이미 한 번 만난 바 있다.

<솔트>에서 그는 로버트 엘스윗(Robert Elswit)의 촬영기술과 스튜어트 베어드와 존 길로이(John Gilroy)의 편집의 도움을 받아 장인의 노련한 실력을 발휘했다. 영화는 시종 숨 돌릴 겨를 없이 연계되는 수없이 많은 추격 장면들이 압권이다. 어떤 면에서는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의 아우라를 초월할 기세다. 시종 분절되거나 호흡이 끊이지 않는 일관된 공간감, 도저히 불가능 할 것 같은 상황,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움직임의 연속,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와 기술적 효과 등이 기막힌 조화를 이룬 추격씬은 실로 진지한 임장감을 온전히 전달하고 심리적 추격의 고삐를 절대 놓지 못하게 만든다. 본드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제이슨 본” 이후 <솔트>가 새로운 첩보물 시리즈의 강자로 군림할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의 이유를 대라면 장르영화로서의 순수한 재미와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한 장르 영화적 흥미진진함의 일등공신은 그 누구도 아닌 여주인공, 안젤리나 졸리임을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장인의 연출력과 이를 멋지게 뒷받침한 촬영술과 편집기술력이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뤄 일궈낸 수작임에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졸리의 연기에 의한 전달력이 아니었다면 영화의 파괴력이 이보다는 덜 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동물적 감각과 에너지를 영화에 온통 쏟아 부었다. 이와 같은 영화가 필요로 하는 만큼이 아닌 그 이상의 확신에 찬 신념의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슈퍼히어로로서의 과장된 모습이 아닌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전사로서 그녀의 활약은 실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극적인 인간의 정을 종극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영화는 그녀의 역할에 확실히 힘입는다. 졸리 자신은 물론 카메라를 통해 그녀를 응시하는 노이스 감독조차 섹시미의 대명사로 인식된 여배우의 이미지를 쫓거나 도취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여주인공 에블린 솔트의 투지 넘치고 살벌한 그리고 필사적인 움직임과 심리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인다. 때문에 관객의 집중도는 시종 흐트러질 리 없다.

<솔트>는 비록 핵무기전쟁과 연관해 냉전시대 적국으로서의 러시아를 재생시키고, 북한의 김정일을 변덕스러운 심술쟁이 정신병자로 취급하려는 시대착오적이고 작위적 발상을 투영하지만 플롯의 어떠한 부분이나 요소도 분석할 필요는 없는 영화다. 액션스릴러의 장르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수작인 만큼 그냥 낚여서 몰입하면 된다. 동공확장, 시선이동 분주, 고막을 강타하는 강렬한 액션음악과 분위기적 전자배음 등 활력충전 100%에 도전. 신나는 재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느냐는 이제 당신의 몫이다.

영화에는 5곡의 노래가 실렸고 전반적인 무드를 조성하는 스코어는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가 작곡했다. 노래는 영화에서 두드러지거나 심각한 역할 플레이를 하지는 않는다. 장면의 전개나 이해를 돕는 식이다. 1975년 플래시백 장면에 러시안 보컬 한스 크리스티안(Hans Christian)과 이리나 미하일로바(Irina Mikhailova)가 부른 'Zarya'가 배경에 흐르고, 이웃집 소녀의 이어폰에서는 디코더(Dekoder)의 'Higher'가 울린다. 바의 화장실장면에서는 커먼(C'mon)의 'Yr the enemy'가 하드코어한 배경분위기를 주입한다. 또한 장례식 장면에는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의 오르간작품 'Grande piece Symphonique Op. 17, No. 2', 포레(Gabriel Urbain Fauré)의 레퀴엠(Requiem in D Minor, Op. 48) 중 '천국에서'(In Paradisum)가 사용되었다.

뉴튼 하워드의 스코어는 <본>시리즈와 비견되는 영화인만큼 시종 내달리고 도약하고 차량으로 추격하고 부딪치고 건물 사이를 뛰어 넘는 아드레날린 액션과 통제 불가의 장면들에 활기를 주는데 충실한 사운드공식을 제공한다. 노이스 감독의 이전 작곡가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와 크레이크 암스트롱(Craig Armstrong)에 이어 협업한 그는 최근 할리우드 스파이 스릴러물에 공고히 사용되는 오케스트라적인 테크노 액션사운드 방식을 채용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제이슨 본” 프랜차이즈의 음악을 확립한 존 파웰(John Powell)의 스코어와 유사하다. 전자악기에 의해 조성된 소리의 파노라마적 풍경에 오케스트라를 결합하는 방식.

거기에 러시아를 환기시키는 보컬 앙상블과 침발롬(Cimbalom)을 몇몇 특수 장면에 맞게 결합 배치해 차별화했다. 전기기타연주가 가미된 강렬한 록의 분위기는 주인공캐릭터를 위한 운명적 악기편성. 전반적으로 파웰이 구축한 표준의 추격 메커니즘을 각색한 면이 다분해 새로운 흥미는 떨어지는 게 사실. 하지만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각각의 큐들에 담긴 여러 가지의 무관한 악상들을 특징화 했다는 점에서 특이할 만하다.

'Orlove's story'(올로프의 이야기)에서 독특한 여성 보컬과 침발롬은 명백히 러시안 톤을 제시하고, 메인테마가 내포된 폭발적인 'Chase across DC'(DC를 가로질러 추격)는 데이비드 아놀드(David Arnold)의 본드 뮤직과 파웰의 추격메커니즘(고출력 전기기타, 베이스, 퍼커션의 기능적 결합작용)에 더 거대한 교향악 사운드를 결합, 증폭해낸 사운드의 장관을 들려준다. 주제적 선율과 리듬은 완강한 전기기타와 단3도 화음의 현악 오스티나토 연주를 특징으로 쿨하고 세련된 개념적 사운드를 'Go get em'(가서 다 죽여)에서 최종 발전시킨다. 'You Are My Greatest Creation'(너는 나의 가장 위대한 창작물)과 'Destiny'(운명)는 하모니의 절정, 러시안 스타일 코러스를 인상적인 멜로드라마 풍의 구조에 우려냈다. 대부분의 큐들이 별 특징 없는, 테크노-스릴러 사운드를 과도하게 포괄하고 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우수한 기능성만큼 독창성이 더욱 빛나는 스코어를 투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수록곡-
Original music for Salt – James Newton Howard
1. Prisoner Exchange (4:09)
2. Escaping the CIA (5:20)
3. Cornered (1:09)
4. Orlov's Story (4:43)
5. Chase Across DC (6:51)
6. Hotel Room Preparations/Parade (3:13)
7. Attack on St. Bart's Cathedral (3:10)
8. A Dark Goddamn Hole (1:47)
9. Taser Puppet (1:34)
10. You Are My Greatest Creation (4:13)
11. Destiny (2:22)
12. Barge Apocalypse (2:26)
13. Day X (1:37)
14. I'm Going Home (2:16)
15. Eight Floors Down (2:51)
16. Arming the Football (2:11)
17. Not Safe With Me (2:27)
18. You're About to Become Famous (1:38)
19. Mano a Mano (1:51)
20. Garroted (3:32)
21. Go Get Em (3:10)
22. 1975년 회상장면: Zarya–Irina Mikhailova
23. 옆집 소년의 이어폰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 Higher–Dekoder
24. 바의 화장실에서: Yr The Enemy–C'mon
25. 장례식: Grande Piece Symphonique Op. 17, No. 2–William K. Trafka
26. In Paradisum from Requiem Op. 48–The Oxford Schola Cantorum and Camerata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