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스타일에 안주한 앨범이다. 솔로 활동에서 체득한 경험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변화는 크지 않다. 결국 종전과 같은 패턴을 탈피하지 못했다. 카탈로그가 늘어가면서 정형화된 작법이 이번에도 여전하다. 일렉트로 댄스, 트랜스, 테크노를 비율 좋게 삼합한 스타일과 하나의 멜로디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점까지 전과 다를 것이 없다. 익숙한 방식을 통해 가장 안정적인 방향을 택한 셈이다.
각 장르의 장점을 영리하게 가공하는 것은 그룹 음악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심화된 장르의 특성을 가져와 몸집을 만들면 가벼워 보이지 않고, 추가로 대중성까지 겸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뱅은 상기했듯 테크노와 트렌스를 적절히 배합한 음악에 일렉 루프와 캐치한 멜로디를 식재했다. 문제는 히트를 위해 체계화된 공식이 매번 똑같이 재현된다는 점이다.
첫 싱글 'Tonight'과 ‘Hands up'이 바로 위와 같은 방식을 따랐다. 과하게 거친 댄스도 아니면서 적당히 팝의 감성을 담고 있고, 익숙한 멜로디의 반복을 통해 친숙함을 더했다. '하루하루,' '마지막 인사'와 유사한 클럽 튠의 연장선이다. 그룹의 음악이 전에 비해 크게 진전되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곡인 것이다.
긴장감 있는 박자와 기타리프를 조합한 ‘What is right'이나 투박한 비트가 분위기를 이끄는 ’Cafe'의 존재가 그래서 각별하다. 과도한 장식이 없으니 멤버들의 보컬이 부각되었고, 곡을 리드하는 지-드래곤과 태양(‘What is right'), 탑과 대성(’Cafe')의 능력이 특히 돋보인다. 선율의 반복을 통해 흡인력을 키우는 것은 같은 방식이지만, 두 곡은 화려한 이펙트나 분위기에 기대지 않고 멤버들 간의 호흡이 비교적 잘 담긴 곡이다.
전체적으로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장르의 콤비네이션이나 멜로디 메이킹이 힘을 다했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어디서 한 번 들어본 것 같다’고 느껴지는 이유엔 어떠한 장르에도 깊게 다가서지 못한 점이 가장 크다.
곡을 직접 만들고 제대로 노래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점은 다른 아이돌 그룹과 비교해 확실한 강점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차별화 혹은 아티스트로서의 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익숙한 패턴의 빤한 재가공이 아닌 빅뱅만의 유니크 한 스타일이다. 장르 혹은 스타일에 대한 고도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수록곡-
1. Intro (Thank you & you) (작사: 지-드래곤 / 작곡: 지-드래곤, Choice37)
2. Hands up (지-드래곤 / 지-드래곤, e.knock)
3. Tonight (지-드래곤 / 지-드래곤, e.knock)
4. Somebody to love (지-드래곤, 탑 / 지-드래곤, 함승천, 강욱진)
5. What is right (지-드래곤, 탑 / 지-드래곤, DJ Murf, Peejay) [추천]
6. Cafe (지-드래곤, 탑 / 지-드래곤, DJ Murf, Peejay)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