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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Alive
빅뱅(BigBang)
2012

by 황선업

2012.06.01

각 멤버의 개성 극대화가 그룹으로서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이 작품의 요체다. 악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행한 컴백은 음악으로 면죄부를 써내려가겠다는 다분히 YG스러운 의도였고, 그렇게 선보인 < Alive >(2012)는 전곡 타이틀이라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반전을 도모했다. 그렇게 빅뱅은 다시 살아났다. 다만 자화자찬에 가까웠던 홍보방식에는 물음표가 남았다. 그저 캐치프라이즈만 거창했을 뿐, 내용물은 여전히 예상 가능한 범위에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들은 항상 가수 본연의 모습으로 승부를 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여태껏 결과물의 측면에서 확연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물론 '좋은 곡'을 만들어왔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은 이미 SM이나 JYP, 그 밖의 다른 아이돌 기획사에서도 통용 가능한 사항 아닌가. 돌아보면 퀄리티면에서의 우위나 전세대적인 돌풍을 일으킨 적도 없었다. 단지 현재의 트렌드를 한발 앞서 파악해 그것을 정확히 '빅뱅화'시킨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멤버들, 특히 지드래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티스트에 가까운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그런데 요즘 내놓는 곡들, 특히 < Still Alive >에 실려 있는 트랙들을 살펴보면 그 희소성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작의 'Blue'는 그나마 슬로우 템포로 절도 있는 차분함으로 이제까지의 모습과 일단락을 지으려는 노력이었던 것에 비해, 신곡들은 또다시 '거짓말'이나 '하루하루'의 변용에 머물며 팀으로서의 설득력을 점점 잃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날카로운 신스 루프와 직설적인 가사를 무기로 지금의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Still alive', 스트링 세션과 멜로디로 애절함을 절정까지 끌어올린 'Monster' 모두 인기곡이 될 자격이 충분하지만, 결국 트랜스나 일렉트로니카의 고착된 틀에 갇히며 더 힘찬 발구르기를 할 수 있는 도약대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이처럼 태양의 < Solar >(2010)나 지디앤탑(GD&TOP)의 정규작이 장르의 특성을 깊게 파고들며 평단의 점수를 획득했던 것과 달리 함께 모여 있을 때의 파괴력이 점점 후퇴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아야 할 사안이다. 가장 좋은 반응을 보였던 'Fantastic baby'도 결국 지디앤탑의 스타일에 가까웠던 것을 보면, 각자의 정체성이 강해지며 점점 팀이 개인을 보듬는 것이 어려워졌음을 실감케 한다. 전보다 난이도가 높아진 이 난제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하고 있을 그들이지만, 결국 꺼내든 것이 '기존 방식의 고수'가 된다면 그 고뇌의 흔적을 누가 알아챌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해 점점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빅뱅이라는 그룹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본인들의 명확한 대답 없이 이전의 것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빅뱅은 거듭되는 솔로나 유닛 활동으로 오랫동안 함께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애가 타는 팬들에 대한 서비스차원으로서의 가치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스타일의 정착이 범세대적인 보편성으로 이어지며 긴 생명력을 획득한다면 굳이 변화를 강요할 필요는 없지만, 데뷔 7년차임에도 아직 스쳐지나가는 유행가의 한계에 머무르고 있기에 던지는 조언이다. 신작에 대한 두근거림이 상당부분 무뎌진 지금시점에서 과연 어디를 목적지로 잡아야 할 것인가. 다섯 명이 오히려 서로의 장점을 상쇄시키고 있는 지금, 그들의 폭발력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수록곡-
1. Still alive
2. Monster [추천]
3. Feeling
4. Fantastic baby [추천] 
5. Bad boy
6. Blue [추천]
7. 빙글빙글
8. Ego
9. 사랑먼지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