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포털사이트와의 대대적인 홍보 대장정이 끝나고, 오늘(29일) 빅뱅의 전곡이 공개되었다. 그 중에 사실상 첫 번째 트랙, (44초의 인트로는 잠시 접어두자.) 게다가 5집 발매 전 선 공개 된 곡이 '블루(Blue)'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빅뱅은 큰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위태로운 수순을 밟고 있다. 블루의 쓰임새는 인간적인 고뇌와 반성을 교묘하게 부각시키며, 아티스트로서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이는 현재까지 빅뱅의 행로와도 이어져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최초 심경 고백' 전문 방송 프로그램 <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빅뱅은 (소위 말하는) 어반하고 시크한 음악, 쿨하고 파격적인 스타일로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됐다. 신보는 어쿠스틱 기타로 어중간하게 톤다운하여 뜨뜻미지근하고 밋밋하다. 그룹을 주도하는 리더이자, 스캔들 메이커인 G.드래곤은 위축된 반면 대성은 혼자 돌출된다. 승리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T.O.P의 섹시한 매력은 실종됐으며,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태양뿐이다. 발매 20일여일 전부터 D-day를 꼽아가며 호들갑을 떨던 프로모션 덕에 더 김이 빠진다. ‘전곡 타이틀’의 떡밥도, 뜬금없는 대성의 솔로곡도. 전략이 음악을 압사한다.
2012/03 김반야 (10_ban@naver.com)
실로 ‘빅뱅다운’ 한 곡이다. 이제 빅뱅답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대충은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것이다. 도입부는 잔잔하게 시작해서 전반부는 다소 프리템포의 느낌 같은 전개, 멤버들의 목소리가 한 겹 한 겹 입혀지며 덧칠하는 따라 부르기에 나쁘지 않은 멜로디. 그럼에도 이 곡은 왠지 유독 심심하다. 마치 초등학교 때 테두리 밖으로 삐져 나가지 않게 조심조심 그린 크레파스 그림 같은 느낌이랄까. 이 점은 빅뱅답지 않다. 일부 멤버들의 상황을 반영한 걸까. 다 떠나서 과감했어야 했다.
2012/03 박현아 (hapark85@gmail.com)
결국 빅뱅은 돌아왔다. 그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건 간에 그리고 어떠한 죗값을 받았건 간에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수십 번 고민과 다짐을 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적잖은 내적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이번 싱글은 이러한 시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빅뱅에게 있어선 나름 그들 이력에서 중요한 결과물로 생각된다.
물음표를 붙이고 싶은 부분은 과연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중요한 결과물이냐는 것이다. 그 동안 겪은 변화들을 담아내었다고 하기엔 곡에 있어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곡의 포맷도 진행도 그대로라는 느낌만 든다. 우리가 들어왔던 빅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나마 ‘Blue’에서의 ‘자전적인’ 가사만이 어렴풋하게 귀에 들어온다.
큰 사건들 이후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도 부족한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음악적인 변화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터닝 포인트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나온 이상 대중들은 이들에게 음악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고 성급하게 컴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자숙의 시기를 마케팅의 차원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여론이 근거 없다고 하긴 곤란하다.
2012/03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