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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Anniversary - Best Collection & Tribute Album
신승훈
2010

by 옥은실

2010.11.01

지난 20년 세월의 내공이 담긴 앨범이다. 신승훈 그 자신 뿐만 아니라 그의 노래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낸 팬들의 시간과 기억이 응축된 두 장의 CD.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외길을 고집하며 누군가에게 각인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요즘에는 예전보다 더 그러하다. '신승훈' 이 세 글자의 이름이 주는 의미는 그래서 더욱 남다르다. '발라드의 황태자', '국민 가수'라 불리는 가수로서 한국대중가요의 역사에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그다. 자축과 헌정의 의미가 담긴 기념앨범 발표가 뜻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승훈 그가 누구인가? 알다시피 히트 자작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담긴 데뷔앨범 <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를 기점으로 가요 순위프로그램에서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던 < 보이지 않는 사랑 >, < 널 사랑 하니까 > 등 내는 족족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앨범을 가진 몇 안 되는 가수다. 특히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가수의 영역을 초월해 만든 그의 노래는 늘 감성적으로 풍부했고 진솔한 내심을 전했다. 때문에 앨범마다 흘러넘치는 감정의 울림이 많은 이들을 공감케 했다.

스무 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두 장의 CD에 꼭 20곡만을 간추려 실은 더블앨범, 첫 번째 CD에는 신곡 'You are so beautiful'(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을 필두로 대중에게 사랑 받았던 곡들과 지난 앨범들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시 소개 하고픈 노래를 포함한 13곡으로 채워졌다.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한 부분도 있지만 편곡과 후배가수의 피처링으로 새롭게 변모한 노래를 접할 수 있다. 피아노 연주로 앨범에 도움을 준 두 명의 뮤지션과 곡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신곡 'You are so beautiful'에서는 이루마가 피아노 반주를 넣어주었고, '가잖아'는 일본과 국내에서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유키 구라모토가 연주곡으로 재탄생시켰다.

차례로 싱글로 발표되었던 후배들의 헌정은 두 번째 음반에 실렸다. 다비치가 부른 '두 번 헤어지는 일'과 슈프림팀에 의해 재해석 된 '로미오 & 줄리엣'은 인기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하며 원곡 못지않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웅대한 오케스트레이션 스케일이 돋보였던 '전설속의 누군가처럼'을 알 앤 비(R&B) 풍으로 개창한 나비, 알리, 탐탐의 노래는 앨범의 백미다. 이 외에도 클래지콰이와 정엽, 싸이와 아이돌 2AM까지 가세하며 그 후로 오랫동안 외길 인생을 살아온 선배를 향한 깊은 존경심과 경의를 표시했다. 그 만큼 '신승훈 표'라는 수식이 달렸던 곡들이 다른 장르 다른 느낌으로 새단장해 따로 또 같은 이채로움을 뽐낸다.

신승훈의 노래는 발라드의 특징 중 하나인 사랑의 애절함이 주된 가사내용이고 멜로디 또한 서정성이 충만하고 온유하다. 신나거나 재미있지도 직설적인 언어로 상대의 마음에 직격탄을 쏘지 않아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크게 소구되지 않는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음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에도 새로운 팬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공감가사와 진심어린 울림이 있는 멜로디가 결합된 웰메이드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앨범의 가치는 바로 이러한 보편타당한 감수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한국의 가왕 조용필이나 서구의 비틀즈의 음악도 태반 그러하듯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보통 생각과 일상을 음악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주는지를 공감하게 한다. 현재 가요계를 누비고 있는 젊은 가수들도 그들 나름의 매력적 요소는 분명 갖고 있지만 오래 후 지금처럼 마음에 남을 노래가 될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우려스럽게도 부정할 수 없다. 신승훈은 음악으로 자기의 진심을 소통하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다.

20년 동안 13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한 걸음씩 꾸준히 이어진 행보다. 늘 오르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큰 슬럼프는 없었다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했다거나 예전만 못한 것 같다며 반감을 가진 팬들도 적지 않다. 그는 인기에 자만하지 않고 항상 고민하고 또 다른 시도들을 계속해왔다.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모든 환경이 변해가고 있지만 가요계의 대선배로서 그의 궤적은 늘 신세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 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매 곡마다 손질하고 전혀 새로운 편곡으로 다듬으며 스스로와 후배들 그리고 팬들에게 안주하지 않고 변함 없이 활동하는 진정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수록곡-
CD 1
1. You are so beautiful (Piano with Yiruma ) 
2. 미소 속에 비친 그대
3. 보이지 않는 사랑
4. 그 후로 오랫동안
5.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6. 오랜 이별 뒤에 ( Quartet Ver.)
7. I believe (Guitar veer. )
8. 가을빛 추억 
9. 소녀에게 ( Hey girl )( Feat. Anny )
10. 우연히 ( Feat. 윤희중 )
11. 처음 그 느낌처럼
12. 가잖아 ( Piano inst. Yuhki Kuramoto ) 
13. You are so beautiful ( Inst. )

CD 2
1. 엄마야 [ 클래지콰이 ]
2. 나비효과 [ 정엽 ] 
3. 두 번 헤어지는 일 [ 다비치 ]
4. 널 위한 이별 [ 2AM ]
5. 비상 [ 싸이 ]
6. 전설속의 누군가처럼 [ 나비, 알리, 탐탐 ] 
7. 로미오 & 줄리엣 [ 슈프림팀 ]
옥은실(lamet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