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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Of Iris
신승훈
2009

by 옥은실

2009.10.01

‘두 눈에 그대가 흘러도 그대는 날 보지 못한다. 입술이 가만히 그댈 불러도 그대는 듣지 못한다’고 노래하는 그에게서 18년 전 ‘탁자 위에 놓인 너의 사진을 보며 슬픈 목소리로 너를 불러 보’던(미소 속에 비친 그대 가사 중) 신승훈이 오버랩 된다. 드라마 < 아이리스 >에 삽입 된 배경음악, 'Love of Iris'에서도 이별의 아픈 마음을 상대에게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애절함이 짙게 베어 난다. 풍랑 같은 격한 감정의 쏟아냄은 없다. 다만 고요함 속에 청아하게 들리는 한 줄기 목소리가 더욱 더 심연의 아픔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도 여백이 느껴진다. 들릴 듯 말 듯 한 건반과 신승훈의 미성으로 출발해 점차적으로 커지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곡에는 빈 공간이 더 많이 느껴진다. 채워지지 않음에서 오는 감성은 차갑고, 단정하다. 더 이상 다른 것이 끼어들면 군더더기만 될 뿐 이대로가 가장 완벽한 상태라는 것을 역으로 드러낸다. 더불어 한 음 한 음에도 살아 있는 음 폭은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요소가 하얀 눈이 덮인 들판 또는 커다란 흰 벽을 연상케 하며, 공허한 마음의 이끌어냄을 넘어 가시화 시키는 충분한 장치가 되기 때문에 드라마의 삽입곡으로의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올해 드라마 ‘신데렐라 맨’ 에 이어 신승훈 개인 앨범 외에도 O.S.T 작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다. ‘I believe’는 작곡가 김형석과의 공동작업으로 ‘내 사람인 것 같아서’는 직접 곡을 썼지만 이번은 다르다. 최근 순위 경쟁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김태우의 ‘사랑비’와 이승기의 ‘우리 헤어지자’의 작곡가 이현승의 작업에 보컬만 참여했다. 활동 범위를 넓혀 싱어송라이터뿐 아니라 O.S.T 작업으로도 확고히 자신만의 색을 갖추고자 한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ove of Iris’는 참 잘 만들어진 감동적인 사랑 노래다. 데뷔 후 거의 20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신승훈의 감성 어린 미성은 늙지 않는다.

옥은실(lamet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