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Radio Wave
신승훈
2008

by 이대화

2008.10.01

한 가수에 대해 지속적 호기심을 유지시키는 최고 수단은 바로 변신이다. 다양한 색깔로의 진화, 새로운 이슈 생산, 관심 촉발에 무신경하면 그 가수에겐 필연적으로 폭 넓은 내공과 패기가 결여되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신승훈에게 물론 변신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히트곡은 대개 '보이지 않는 사랑', '미소 속에 비친 그대', 'I believe' 같은 '발라드'였고, 사람들도 그를 늘 '발라드의 황제'라고 불렀다. 그래선지 신승훈은 이번엔 '장르적' 변신을 시도했다. 모던 록이다.

시작하는 첫 곡 'Different wave'부터가 인상적이다.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듯 예전의 발라드 히트곡들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 오랫동안'을 차례로 들려주다가 갑자기 기타 중심의 음악, 그것도 강한 드럼 타격감이 동반된 록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사도 이렇게 시작한다. “I wanna feel a change...”

타이틀곡 '라디오를 켜봐요'에서도 비슷한 '반전'을 꾀했다. 처음엔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로 잔잔히 시작하다가 주요 멜로디에 와서 급작스레 록 사운드로 변한다. 이 앨범을 포함해 앞으로 연달아 나온다는 3부작의 프로젝트명도 그래서 '반전'을 뜻하는 'Unexpected Twist'다. 그는 직접 이 앨범을 '내 음악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 규정하기도 했다.

장르적 변신 외에 주목할 만한 점이 하나 더 있다. 타이틀곡 '라디오를 켜봐요'는 보컬 녹음 시에 이펙터 조작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담았다. 항상 흐느끼는 여음을 강조하던 예전의 그에게서 벗어나 라이브를 듣는 듯한 생(生) 목소리의 신승훈을 담았다. 그 이유는 '라디오를 켜봐요'라는 노래 제목 속에 이미 있다. MP3가 주류인 요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로 상징되는 라디오를 들어보라는 것이다. 일렉트로니카 열풍과 가창력 부재의 현실이 어느 때보다 덧입히고 인위적인 소리들을 넘치게 하는 가운데, 오히려 순수로 역행해 '내츄럴'을 강조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결국 이 앨범의 의미망은 'Unexpected Twist'와 'Radio Wave'라는 두 타이틀 속에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다. 변화, 도전, 실험을 감행하는 신승훈과 예전 가치의 소중함, 음악의 기본을 놓지 않는 17년차 신승훈이 공존한다. '라디오를 켜봐요', 'Hey' 같은 스타일의 록은 이런 의도 측면에서 적절한 선택이다. 록이란 장르가 갖는 상징성을 발라드로 대표되는 신승훈의 이미지와 충돌시키면서 동시에 과도한 패기와 자극에는 익숙지 않은 본래의 신승훈도 잃지 않았다.

좀 더 본격적으로 록을 밀고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그렇다고 신승훈이 완연한 유투(U2) 식의 록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좀 어색하다. '불가피한' 접점의 측면도 있지만 충분히 설득력은 있다. 나쁘지 않은 접점이다.

다음 앨범들이 기대된다. 이것은 글을 마무리 짓기 위해 덧붙이는 단순한 사족이 아니라, 정말 다음의 앨범들엔 어떤 장르, 시도들이 담길지 궁금하다. 3부작으로 완성될 신승훈의 흥미로운 외도작들을 빨리 들어보고 싶다.

-수록곡-
1. Different wave (작사 : / 작곡 : 신승훈)
2. Hey (김영아 / 신승훈) [추천]
3. 라디오를 켜봐요 (원태연 / 신승훈) [추천]
4. 나비효과 (원태연 / 신승훈) [추천]
5. I do (신승훈 / 신승훈)
6. 너를 안는다 (양재선 / 신승훈)
이대화(dae-hwa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