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커의 일렉트로니카에는 여전히 뜨거운 피가 흐른다. 재즈의 고독과 탱고의 격정, 집시음악의 한(恨)이 아련하게 새겨진 음악은 완벽하게 슬픔을 포착한다. 서로 다른 장르가 느슨하게 결합한 가운데 보드랍고 쓸쓸한 융진의 보컬은 가볍게 흩날리는 슬픔을 붙잡고, 유려한 멜로디와 그 위를 미끄러지는 아코디언 소리는 낯선 곳의 정취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영화 < 코코샤넬 >의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하는 음악은 조용히 가슴 한켠을 무채색으로 물들이며 가을을 재촉한다.
향
캐스커(Casker)
2009
박효재(mann6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