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Music Communication IZM

Aida (Original Broadway Cast Recording)

엘튼 존(Elton John)

팀 라이스(Tim Rice)

2008

by 김진성

2008.09.01

뮤지컬 <아이다>(Aida)는 가장 웅대한 오페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르디(Giuseppe Verdi)의 동명고전명작을 브로드웨이 뮤지컬무대로 옮겨 현대식으로 재현해낸 작품. 1997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영화 초대박에 이어 브로드웨이까지 평정한 디즈니사가 엘튼 존(Elton John)과 팀 라이스(Tim Rice) 황금콤비를 다시 불러들여 음악을 완성해냈다. 작곡과 작사의 두 대가가 재 의기투합한 뮤지컬 <아이다>는 초연된 2000년 토니시상식에서 작곡상(Best Score)과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수상, 뮤지컬 최고의 영예를 품에 안았다. 또한 최고의 대중음악시상식인 그래미(Grammy)에서는 최우수 뮤지컬 쇼 앨범(Best Musical Show Album)을 수상해 그 진가를 공히 인정받았다. 더욱이 만화영화를 각색한 것이 아니라 클래식 걸작오페라에 최초로 도전해 거둔 성과이기에 그 의미와 명성은 더욱 남달랐다.

영화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히 성공을 거둔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라이온 킹>(Lion King) 등의 만화원작 뮤지컬이 아이들을 주로 가족에게 호소하는 작품이었던 것과 달리 <아이다>는 철저히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음악적 접근법도 이 점에서 달라진다. 더욱이 원작 오페라의 위대한 명성에 얼마만큼 부합할 것이냐도 관건. 엘튼 존은 베르디의 음악 또한 그때엔 당대의 현대음악이었을 거라 여기고 뮤지컬음악에 자신의 공력을 폭넓게 구사했다.

도회적 세련됨이 가미된 어반 알앤비, 눈물과 가슴을 쥐어짜는 블루스, 영성적인 흑인 가스펠, 애절하고 사랑스런 발라드, 흥겨운 레게 등 다양한 요소를 충분하고도 풍성하게 결합해 동시대 청춘 포함 성인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컨템포러리 팝 뮤지컬로 멋지게 재해석해냈다. 특히 오페라의 원전에서 이야기를 끌어온 뮤지컬의 내용이 저항과 반역을 통한 희생적 러브스토리를 다룬 만큼 거칠고 폭발하는 록음악이 요소요소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

엘튼 존이 주연남녀를 위시한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심정을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매혹적인 선율의 음악으로 관객의 심장에 전달하는 한편, 배우들은 팀 라이스가 쓴 가사를 음악에 실어 나른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비롯, <에비타> 외 다수의 작품을 통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분야에서 실력을 행사한 팀 라이스의 노랫말은 음악이 내러티브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듯 배우들의 음성을 통해 개개 인물들의 감정을 실감하게 한다. 풍부한 감성을 주입하는 오케스트라와 록 밴드의 구성미를 교차 혼합하는 반주와 노래가 서로 주고받기도 하고 하나로 뭉쳐 거대한 앙상블을 이루면서 감동의 수위를 조절한다.

여기서부터 무엇보다 가사 전달력에 절대적인 배우의 가창력에 관심이 쏠린다. 더군다나 노래가 작품의 주된 역할이라는 점에서 오페라와 같은 배우들의 노래실력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주안점.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래서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러브스토리에는 누비아 공주 아이다 역에 헤더 헤들리, 이집트 군대의 장군 라다메스 역에 아담 파스칼, 이집트의 왕위를 이을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 역에 셰리 르네 스콧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음악의 완성도를 한층 더 빛낸다.

허스키하지만 고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파스칼(뮤지컬 <렌트>에 출연)의 목소리는 라다메스를 매우 만족스럽게 표현해낸다. 청취자들은 노래 'Fortune Favours the Brave'(운명은 용기에 은혜를 베푼다) 안에서 라다메스를 처음 맞이한다. 빠른 속도의 록 송은 존과 라이스에 의해 완전한 탁월함을 과시한다. 파스칼의 음성은 노래의 타입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그의 음성은 이 앨범의 대부분의 노래들에 적합하다. 그는 아버지 조세르의 명령을 추종하다 결국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남자로 거듭나기까지 라다메스 캐릭터를 발전시킨다.

토니 어워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헤더 헤들리의 당차고 위엄 있는 아이다 묘사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헤들리는 비련의 여주인공 아이다 캐릭터에 생동감 넘치는 3차원적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녀는 열정적이고 의지가 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동시에 자기의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충심을 다한다. 헤들리는 그녀의 노래 안에서 원대하고 능숙한 음역을 자랑한다. 'Dance of the Robe'(예복의 춤)에서 가스펠 풍의 'The Gods Love Nubia'(신은 누비아를 사랑하시네) 그리고 음침한 'The Past is Another Land'(과거는 또 다른 땅)까지 모든 노래를 숙련된 열정으로 아주 정확히 노래했다. 찬탄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My Strongest Suit'(내가 입은 드레스는 또 다른 나)는 정말 멋진 노래다. 셰리 르네 그콧은 이 노래를 맹렬한 열정으로 불렀다. 그리고 정말 빛을 발한다. 그녀는 저속한 공주 암네리스의 일면을 연기한다. 청취자들은 공주들의 사이에서 크게 대조적인 면을 보게 된다. 아이다는 의지가 강하고 자부심이 있고 위엄이 있는 반면 암네리스는 천박하고 물질주의자다. 하지만 청취자들은 암네리스가 'I know the truth'(난 진실을 알아요)를 부를 때 내면정서의 또 다른 이면을 지켜본다. 라다메스가 자기가 아닌 아이다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마음을 애잔한 발라드로 완벽히 소화했다.

파스칼, 헤들리 그리고 스콧은 모두 완벽이란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탁월한 가창력을 과시한다. 그렇더라도 <아이다>에서 최고의 노래들은 세 명이 함께 부른 노래들일 것이다. 파스칼과 헤들리의 듀엣 'Enchantment Passing Through'(매혹은 통과해 지나가고)와 'Written in the Stars'(별들만이 알고 있어요)는 곱고 아름다운 영감을 창출한다. 파스칼, 헤들리 그리고 스콧이 앙상블로 노래하는 'Not me(난 아냐)', 'Elaborate lives'(복잡한 인생), 'A step too far'(내가 좀 지나쳤나요)와 같은 노래들은 최고의 합창곡이다.

곱씹어 들을수록 감기는 환상적 음악들의 향연.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실로 대단한 음악공력은 물론 주인공 캐릭터들의 면면들을 드러내는 쓰리 톱 배우들의 탁월한 보컬재능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플롯을 끌고 나간다. 음악이 곧 스토리텔링으로 작용하면서 플롯을 견고하게 엮어내고 그 안에서 청취자는 무대 앞 객석의 관객이 되어 오락적 흥분과 감동에 흠뻑 젖게 될 것이다. 비록 20세기가 잉태한 최우수 뮤지컬 리스트의 최정상에 위치하진 못할지라도 그에 버금가는 감동의 뮤지컬 쇼로 남을 작품. 그 감동의 연장선상에 음악과 노래를 순도 높게 담아낸 이 음반이 있다.

-수록곡-

1. Every Story Is A Love Story - Sherie Rene Scott

2. Fortune Favors The Brave - Adam Pascal

3. The Past Is Another Land - Heather Headley

4. Another Pyramid - John Hickok

5. How I Know You - Damian Perkins

6. My Strongest Suit - Women of the Palace

7. Enchantment Passing Through - Adam Pascal

8. My Strongest Suit (Reprise) - Adam Pascal

9. Dance Of The Robe - Heather Headley

10. Not Me - Adam Pascal

11. Elaborate Lives - Adam Pas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