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16회째를 맞이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의 대상 수상은 남성 4인조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Sweet Sorrow)에게로 돌아간다. 스윗소로우라는 이름은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 로미오와 줄리엣 (1594) >에서 나온 'Parting is such sweet sorrow'란 문구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멤버인 성진환, 김영우, 송우진, 인호진은 모두 연세대학교 남성 합창단의 선후배들이다. 수상 후 한 해가 지나온 시점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작사, 작곡한 13곡을 모아 앨범 하나로 묶었다. 싱어송라이터의 산실인 저 대회 최고 자리에 오른 그들답게 내용물은 알차다.
정재일이 지휘한 타이틀 곡 'Sweet sorrow'는 다름 아닌 그들의 유재하 가요제 수상 곡이다. 미성과 함께 차분하게 시작된 곡은 비트의 변화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후렴에서 한껏 고조된 분위기는 현악 반주의 등장으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꾀한다. 다른 음색을 소유하고 있는 멤버 개개의 가창도 호소력 있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선 하모니 라인은 특히 일품이다.
앨범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Sweet sorrow part 2'는 견고한 화성과 흥겨운 비트박스가 1분 37초의 시간을 주무른다. 이 짧은 아카펠라 넘버는 제목 옆에 붙은 괄호 안의 'Interlude'라는 글자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감칠맛이 난다.
그룹 결성 후 가장 처음으로 작곡해 멤버들의 애정이 각별하다는 스윙 재즈 편곡의 '내 맘대로', 펑키(Funky) 비트와 브라스의 맞물림으로 도회지의 세련미를 연출하는 'Chance', 가벼운 댄스 리듬이 상쾌한 노랫말과 잘 어울리는 '드라이브'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을 녹여낸 곡들은 스윗소로우가 가진 차진 화음을 더욱 풍부하게 살린다.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이름 있는 세션들도 큰 몫을 했다. 'Sunshine'의 다사로운 기타 선율은 편곡자로서도 이름을 바쁘게 올린 정재일의 재주이고, '다시는 없다'의 우수에 잠긴 하모니카 소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의 실력이다.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드러머 이상민,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 이상순의 승선 또한 앨범에 모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깔끔하게 다듬고 있다.
이들이 고민해봐야 할 것은 박력. 보컬의 기교를 중시하는 휘성의 것과 굳이 비교하자면 '네 남자의 힘은 휘성 한 남자의 힘보다 같거나 작다'라는 명제로 나타난다. 기교와 화음이라는 측면에서 궤를 달리하는 두 소리꾼들이지만 머릿수를 따졌을 때 보컬이 주는 파워가 반비례하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윗소로우는 알앤비(R&B)를 표방하고 나온 그룹이 아니다. 알앤비의 기운이 곡에 따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들은 화음을 중시하는 보컬 그룹이다. 최근 범람하는 '에스지 워너비의 워너비(wannabe)'들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 보컬 음악에는 이만한 명약이 또 있을까 싶다.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는 조규찬, 유희열, 조윤석, 나원주 등에 이어 스윗소로우라는 좋은 팀을 발굴해 냈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인해 올해는 건너뛰고 내년에 열일곱 수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스윗소로우가 선뜻 건네준 수직적 음표 나열 속에 1년을 더 담금질해본다.
-수록곡-
1. Intro
2. Sweet sorrow
3. 어디에
4. Sunshine
5. Chance (그의 변명)
6. Life style
7. Sweet sorrow part 2 (Interlude)
8. 드라이브
9. 내 맘대로
10. 2407
11. 다시는 없다.
12. 어떤 오후
13. Sanu (사랑느낌#3)
전곡 작사 작곡 : 스윗소로우
프로듀서 : 스윗소로우, 김혜능 ( except 'Sweet sorrow' produced by 정재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