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따라 불렀던 '낭만고양이'(2집 수록곡)의 성공은 '록 밴드 시대에 불을 댕겼다'란 호평을 체리필터에게 안겨주었다. 2집을 통해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체리필터는 2집을 넘어서기 위해 세 번째 앨범 <The Third Eye>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을 등장시키는 신선한 화법 그리고 친근한 멜로디와 조유진의 파워 넘치는 보컬 등을 비롯한 체리필터가 가진 여러 음악적 색깔은 언더그라운드형 밴드의 것이 아니었다. 대중들이 찾는 것이었다.
특히 동물을 앞세운 새로운 아이템이 그들에게 준 성공은 대단했다. '낭만고양이'에 이어 3집의 '오리날다'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것은 전작의 성과에 집착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 “소속사의 선택”이었다고 체리필터는 말한다. 하지만 이전의 이미지를 이용해 안전 노선을 걷겠다는 상업적 전략이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상업적 마인드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지만, 2집을 통해 얻은 수익을 홈 스튜디오 마련에 투자하면서 그들은 작곡과 작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완성에 노력을 기울였다. 사운드, 편곡 그리고 믹싱 등 스튜디오 작업은 깔끔하고 세심하다.
트립 합 성향의 'Tick-tock'은 상기했듯이 체리필터의 사운드 완성을 목표로 하는 성향을 잘 보여준다. 이 외에도 실험적인 모습이 있다. 평화 메시지를 담은 'No peace yes war?'는 MC 스나이퍼의 랩과 강한 록 보컬이 어우러져서 '낭만고양이'나 '오리날다'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타이틀 곡 '오리날다'는 '낭만 고양이'처럼 이솝우화를 듣는 듯한 가사가 경쾌한 리듬 위에 얹혀있다. 멜로디가 유독 예쁜 '달빛 소년'은 크라잉 넛의 한경록이 가사를 제공했다. 'Snow man'와 '꿈꾸는 sailor'는 인상적인 록발라드이다.
체리필터는 메이저 밴드로서 제법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으며 그에 걸 맞는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작의 성공 패턴에도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2집이 주는 부담을 훌훌 털어버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수록곡-
1. Dive
2. 오리날다
3. 달빛 소년
4. 푸른 꽃 흰 나비
5. Digital shockwave
6. Snow man
7. 아싸라비아
8. Back to the future
9. 꿈꾸는 sailor
10. Dr. FAUST
11. 오리날다 M-version
12. No peace Yes war?
13. Tick-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