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 우먼을 앞세운 록 그룹이라면 말랑하고 야리야리한 모던 록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까. 강력한 샤우팅과 잔뜩 디스토션 걸린 기타, 강성 록을 기반으로 한 체리필터(CherryFilter)의 음악은 어느 록 밴드와 비교해도 확실한 사운드와 리듬의 파괴력을 보여준다. ‘낭만 고양이’, ‘오리날다’의 캐치한 후크와 재담 가득한 가사를 떠올려 봐도 그 기반을 담당하는 건 늘 강력한 하드 코어 사운드였다.
그 이후, 그들의 히트곡을 발전시킨 ‘Happy day', 랩이 가미된 하이브리드 록을 시도한 '피아니시모’는 ‘낭만 고양이’만을 기억하는 팬들에겐 이렇다 할 악센트를 주지 못한 상황. 달콤한 팝 멜로디로 승부하기엔 그 훅이 약했고, 경쾌하고 스트레이트한 청량감을 주기엔 질주감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팝의 감수성에 깊게 밀착하면서도 록의 질감은 살려야 한다는 고민. 이를 체리필터는 ‘쇼타임(Show time)’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적당히 밀고 당겨지는 리듬, ‘show time baby'로 반복되는 멜로디 라인, 리프 위주의 기타 사운드도 괜찮다. '덜' 다듬어진, 그들만의 거친 질감을 좀 더 표현해도 좋을 법 했지만, 반듯하고 정제된 사운드로도 감성을 건드리는 표현력은 수준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