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외면하며 선정적인 옆집 파티를 즐긴 드레이크가 뒤늦게 지난 전쟁을 곱씹는다. 상반기 ‘Nokia’로 체면을 지킨 패장(敗將)의 복귀 싱글에는 두 가지 의도가 선명하다. 작년 켄드릭 라마와의 랩 다툼 때 돌아선 배신자에 대한 적개심과 함께 본인은 잘못한 게 없다는 듯 ‘내가 무엇을 놓쳤을까’라며 미련을 외쳤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새 앨범 예고다. 정규 9집 발매를 미룰 수 없는 시기에 미뤄뒀던 전후 처리가 남았던 것이다. 분노와 후회를 한껏 펼쳐 과거를 청산한 후 다음으로 가자며 곡 중 ‘Let’s go’를 연발한다. 참으로 솔직 투명한 래퍼의 비즈니스 재개 신호다.
악의로 점철되어 음악적 재능까지 묻힌 지난 디스 곡과는 달리 형태는 갖췄다. 급작스럽게 등장한 랩과 불균형한 후렴구를 배치한 어두운 초반부는 불안하지만, 부드럽게 곡 분위기가 변화된 중반부에서는 간만에 자기 캐릭터를 멋지게 각인한다. 과거에 발목이 잡혔지만, 갈 길은 가겠다는 의지가 비트 변화라는 음악적 장치로도 나름 잘 표현되었다. 위켄드 식 보컬을 배경음으로 깐 반주 위에서 드레이크의 장점인 익숙하고 부담없는 플로우가 잘 살아났고, 적재적소에 라임도 잘 활용된 덕분이다. 재건의 길이 안전한 방향으로 설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