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30
아델(Adele)
2021

by 장준환

2021.12.01

아델의 숫자 명명법에는 어느덧 나이테의 표기만으로 간주할 수 없는 시대적 공감이 자리한다. 공식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 19 >부터 집필된 일대기에는 비단 아델의 이야기만이 아닌, 그 시간을 함께 보내온 전 세계 관중들의 벅찬 환호와 함성의 기록이 층위처럼 포개져 왔기 때문이다. 팝의 패권을 거머쥔 보컬리스트가 또 한 번 숫자를 제목으로 택한 것은 결국 팬들에게 보내는 소집 의식이자 응원의 부탁이며, 강한 자구책의 의지에 가깝다. < 30 >의 무게는 그 기시감과 상징성만큼이나 결코 가볍지 않다.

두 장의 다이아몬드 앨범 < 21 >과 < 25 > 이후 안정적인 스타덤에 오른 것과 별개로 아델에게는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행복할 것만 같은 결혼 생활의 종국에는 산후 우울증이 그를 찾아왔고, 배우자 사이먼 코넥키와 이혼 절차를 밟으며 극심한 불안장애를 겪기도 했다. 반대로 치료 과정에서 과감하게 술을 끊고 건강을 위해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나와 헤어지는 앨범'이라는 인터뷰의 언급처럼 작품은 거대한 이별의 파노라마를 포착하며 상실이 야기한 상처와 상실을 통한 극복을 다룬다.

뻗어 나가는 성량으로 불도저처럼 차트를 정복하던 과거와 같이 그의 히트메이커 면모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 30 >은 심심한 자서전처럼 보일 수 있다. 하나 분명히 다른 궤의 작품임을 인지해야 한다. 'Rolling in the deep'이나 'Hello'처럼 견고한 킬링 트랙을 초두에 배치하여 공격적인 굳히기 전술을 취하던 것과 달리, 잘게 반짝이며 1960년대 영사기에서 흘러나올 법한 'Strangers by nature'가 오프닝 트랙을 맡은 것은 전작들이 정립한 규격에서의 '이별'을 의미한다.

어린 아들에게 이혼이라는 복합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뒤이어 자신 또한 연약한 존재임을 드러내며 조용히 감싸주기를 청하는 'Easy on me'가 앨범의 신중함을 대변한다. 'My little love'에서는 아들과의 실제 대화 내용과 음성 메시지 내역을 가감 없이 삽입해 설득력을 높이고 밀도 높은 먹먹함을 유도하기도 한다. 본래 15분으로 제작 예정이었던 캐주얼한 피아노 풍의 'I drink wine'과 애절하게 상대를 떠나보내는 'Woman like me'의 작풍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차분한 논조를 이어 나가며 평탄하게 여운을 조절한다.

다만 슬픔을 토로하고 입장을 설득하기 위한 절차에서 갑작스레 '울어도 괜찮다'고 외치며 극복 서사로 건너뛰는 'Cry your heart out'은 짐짓 당황스럽다. 피리에 특징을 둔 'Oh my god'과 포크 기타와 휘파람의 훅이 두드러진 'Can I get it'의 경우 팝 발라드가 특색을 취하려는 작법을 강조하지만, 걸출한 대표곡 명단에 들어가기에는 독립적인 멜로디도 불분명할뿐더러 감정 소모를 유도하던 도중 등장하는 밝은 기조의 곡이기에 이질감을 낳을 뿐이다. 상업성을 고려한 결과라면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대중의 니즈는 물론 아티스트 본인이 의도한 극복의 서사를 훌륭하게 겸비한 교집합은 후반부다. 유려한 백킹 보컬과 어우러지며 부드럽게 웅변의 장을 준비하는 'Hold on'을 기점으로, 영롱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역량을 온전하게 드러내며 대미를 장식한 'To be loved', 그리고 오케스트라 세션이 참여해 초반부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회귀하는 'Love is a game'은 좀체 팝 앨범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급진 매듭이다.

불가결한 배경지식과 보편적인 작법에도 호소력 짙은 보컬 하나만으로 장장 한 시간을 끌어간 작품이다. 사실상 목소리라는 정통 무기로 사사로운 결점을 전부 압도하고 퍼포머로서의 실력을 단박에 입증한 셈. 더군다나 싱글 특화의 백화점 형식이라는 항간의 지적에서도 벗어나 본인의 진중한 이야기를 토대로 심오한 예술 작품을 완성했으니. 더는 아델의 아티스트적 면모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어 보인다. 그의 < 30 >이 단순한 숫자가 아닌 이유다.

- 수록곡 –
1. Strangers by nature [추천]
2. Easy on me [추천]
3. My little love
4. Cry your heart out
5. Oh my god
6. Can I get it
7. I drink wine [추천]
8. All night parking (With Erroll Garner)
9. Woman like me
10. Hold on
11. To be loved [추천]
12. Love is a game [추천]
장준환(trackcam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