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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fall
아델(Adele)
2012

by 한동윤

2012.10.01

연상의 노래다. 대강의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단조의 주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위압감, 2절 후렴부터 나오는 합창은 조곤조곤하게 역동성과 서정성, 스펙터클함을 묘사한다. 노래는 애틋한 멜로디와 우람한 편곡을 통해 듣는 이로 하여금 007 시리즈가 구축한 첩보 영화의 기본 요소인 로맨스와 음모, 화려한 액션을 상상하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클래식과 어덜트 컨템퍼러리풍 구성을 조합한 탓에 셜리 배시(Shirley Bassey)가 부른 주제가들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정작 주인공인 아델(Adele)은 좀처럼 염두에 들지 않는다. 분명히 노래를 잘하긴 하지만 그녀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편곡이 리드하는 형국이다. 중반을 지나서 관현악이 음산한 공기를 퍼뜨리고 나서야 아델이 등장하고, 한층 커진 코러스와 거세진 현악기군 뒤에 그녀의 보컬이 나타난다. 그때 흐르는 목소리는 특유의 처연함은 살아 있으나 반주를 압도할 만큼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후반으로 다다를수록 아델이 부르고 있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져 간다. 007 주제가를 부른 덕분에 이름값은 상승하겠으나 노래 안에서는 제대로 존재감을 상실했다. ‘아델폴(Adelefall)’이다.

한동윤(bionicsoul@naver.com)